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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 재난 과학적 예측 없이 사회기반시설 시공해 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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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18 23:27:03 수정 : 2024-03-18 23: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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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뉴시스

기후 재난이 갈수록 빈발하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어제 공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에 따르면 정부는 기후위험에 대한 과학적 예측이 없거나 부족한 채로 배수시설·댐·교량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은 재난 발생 때 파급력이 크고 인명·재산 피해도 치명적이다.

감사 결과 최근 10년 사이 전체 지자체의 36%인 77곳에서 실제 강우량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시한 방재 기준치를 최소 1년 이상 웃돌아 침수가 발생했다. 이런 엉터리가 또 없다. 이 기간 태풍·호우 등 자연재해로 254명이 숨졌고 피해액은 3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시흥시의 경우 현재 방재 기준으로는 향후 침수면적이 최대 74만㎡(약 22만3850평) 늘어나고 피해액도 4655억원 불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소양강댐과 평화의 댐 등 9곳도 폭우로 물이 넘치는 월류현상 위험이 크고 수도권 313개 교량 중 최대 64곳에서 월류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영항, 마산항, 평택·당진항, 녹두신항, 부산 마린시티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위험이 크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로 2100년 해수면이 101cm 높아질 전망인데도 과거 30년 추세만 따져 해수면 상승치를 추산했다. 환경부도 하천설계 때 기후변화를 무시했고 댐 설계도 20년 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국가철도공단은 1개 길이가 200m 이상인 장대레일 설치 때 약 60년 전부터 설정한 온도 기준을 그대로 사용해 궤도가 틀어지는 좌굴과 탈선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2000년 이후 장대레일 구간에서 발생한 6건의 탈선·운행장애 사고는 예고된 ‘인재’였던 셈이다.

정부는 감사원의 이번 감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례없는 폭염과 태풍, 극한 폭우와 한파, 가뭄과 산불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비상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미래 기후변화 위험을 반영해 방재기준(성능목표)을 다시 설정하고 종전의 사회기반시설 설계와 사업방식도 확 고쳐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재난대응 및 위기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회도 이에 필요한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관련 입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후위기 시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건 정부의 기본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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