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통사고 해마다 감소 불구
65세 이상 운전 사고 5년 새 16%↑
2022년 3만4652건 역대 최다 기록
사망피해 735명… 사고 나면 치명적
“시야 좁아지고 반응 속도도 느려
적성검사 강화·보상책 강구 시급”
최근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교통사고는 해마다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나홀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인 인구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택시와 같은 운송업에 진출하는 고령 운전자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4652건으로 통계 집계(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는 2018년 21만7148건에서 2022년 19만6836건으로 5년 새 9.4%(2만312건) 감소했는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같은 기간 3만12건에서 3만4652건으로 15.5%(4640건)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735명으로 전년보다 6.2% 줄었지만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735명으로 3.7% 증가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 운전자(65세 이상)가 가해자였던 비율은 전 연령대 중 26.9%로 가장 높았다.
장효석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령이 될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돌발 상황 발생 시 인지 후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관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자진 면허 반납제를 시행 중이다. 또 운전 적격성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면허 반납률은 매년 2% 안팎으로 저조하고, 적성검사는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택시 기사의 경우 자격 유지검사를 의료기관 적성검사로 대체 가능토록 한 2019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탈락률이 0.22%에 그쳤다. 2021년 기준 택시기사 종사자 24만명 중 39.7%에 이르는 9만5000명이 65세 이상으로 분석됐는데, 적성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면허 반납 시 일회성으로 10만∼30만원 주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혜택을 줘야 한다”며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등 자동 조작 장치를 지원하는 것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운전 능력을 단순히 적격 또는 부적격으로 평가하지 말고, 세부 능력에 따라 운전 허용 범위를 달리 적용하는 조건부 면허 발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동 시 브레이크 밟는 과정과 압력, 시야 확보 정도, 반응속도 등을 판단해 AEBS 장치를 장착한 차량만 운전하게 하거나 운전 시간을 주간으로 제한하는 등 제한적 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장 연구원은 “운전 능력을 제대로 판단해 안전 운전에 위협되는 부분만 금지한다면 생계를 위해 운전하는 고령자도 부분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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