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정규리그를 끝낸 2023∼2024시즌 프로농구는 독주를 펼친 원주 DB의 ‘집안 잔치’였다. 역대 최소경기 공동 2위에 해당하는 48경기 만에 1위를 확정한 DB는 1일 열린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도 최우수 선수(MVP) 이선 알바노, 외국인 선수 MVP 디드릭 로슨, 베스트5 강상재, 식스맨상 박인웅 등 상을 대거 휩쓸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DB는 아직 진정한 기쁨을 누릴 때가 아니고, 다른 구단들도 그저 부러워할 때가 아니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리자’라는 말처럼 최후의 일전 ‘봄 농구’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DB가 16년 만에 통합 우승에 성공할지, 창원 LG·수원 KT·서울 SK 등 플레이오프(PO)에 합류한 팀들이 반격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2023∼2024시즌 프로농구 PO가 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4위 SK와 5위 부산 KCC의 6강 PO 1차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올해 6강 PO 대진은 SK와 KCC, 3위 KT와 6위 울산 현대모비스의 맞대결로 진행된다. SK와 KCC 승자가 정규리그 1위 DB를 4강에서 만나고, KT와 현대모비스 경기의 승리팀은 2위 LG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툰다. 6강, 4강 PO는 5전 3승제이고, 챔프전은 7전 4승제다.
6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프로농구 PO 미디어데이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6강 PO에 오른 감독들은 체력 문제를 경계하며 “최대한 빨리 6강 PO를 끝내겠다”고 입을 모았고, 4강 PO에 선착한 감독들은 “올라올 팀이 5차전까지 연장전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경쟁팀의 체력 소진을 기원했다.
이날 6강 PO 대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건 시즌 전 ‘2강’으로 꼽혔던 SK와 KCC의 만남이다. 최근 2년 연속 챔프전에 진출해 2021∼2022시즌 우승, 2022∼2023시즌 준우승을 거둔 SK는 안양 정관장에서 오세근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KCC는 SK 소속이던 최준용을 영입하면서 허웅, 라건아, 송교창과 함께 ‘슈퍼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두 팀은 시즌 중 부상 여파와 팀 조화 실패 등의 이유로 다소 실망스러운 정규리그 성적표를 안았다. 이젠 챔프전 트로피를 노려 설욕해야 할 때. 다행히 SK와 KCC 모두 부상 선수들이 돌아와 ‘완전체’로 맞붙는 건 고무적이다. 또 최준용이 ‘친정’ SK를 상대하는 대립 구도도 관전 포인트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상대 전적은 KCC가 4승 2패로 앞선다.
두 팀 감독 모두 전승으로 6강 시리즈를 마치겠다는 각오다. 전창진 KCC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못한 부분들을 PO에서 보완해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임하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3차전 안에 끝내야 4강 PO에서 DB를 만나 해볼 만 하다”고 강조했다. 전희철 SK 감독도 “부상 선수들이 완전히 돌아와 사실상 이번 시즌 모든 전력이 가동될 것”이라면서 “KCC의 재능 넘치는 선수들의 빠른 공격을 잘 막아야 한다. 수비를 신경 쓰면서 공격력도 극대화하는 공수에서 조화로운 농구를 하겠다. 전승으로 올라가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SK와 KCC의 승자는 1위 DB를 만난다. 김주성 DB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정규리그를 잘 치렀는데, PO에서도 선수들과 함께 좋은 성적 내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SK나 KCC는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팀들이다. 5차전까지 연장전을 다 치르면서 최다 연장 기록을 세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DB 주장 강상재는 “DB 폼 미쳤다”고 외치며 “시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완벽한 폼, 완벽한 경기력으로 정규리그를 압도적으로 우승했다. 우리는 PO에서 특정 선수가 미치기보다 모두가 미칠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다.
반대편에선 3위 KT의 송영진 감독 ‘쌍둥이 감독’들을 저격하며 챔프전 진출 의지를 다져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KT는 6강 PO에서 조동현 감독의 현대모비스를 만나고, 4강 PO에 진출할 경우 조상현 감독의 LG와 맞붙는다. 조동현, 조상현 감독은 쌍둥이 형제다. 이번 시즌 지휘봉을 잡아 3위에 오른 송영진 감독은 “초보 감독인 만큼 열정과 의지를 앞세워 선수단과 의기투합해 두 쌍둥이 감독을 꺾고 챔프전에 나가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T와 맞붙는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막차로 PO에 올라온 만큼 활동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정상에 도전해 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년 연속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한 조상현 LG 감독은 “작년에 우리가 PO에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선수단과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며 “PO에서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챔프전에 진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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