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정말 당황했어요”
프로야구 삼성과 SSG의 2024 KBO리그 맞대결이 펼쳐진 14일 SSG랜더스필드. 이날 선발 매치업은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1.55로 리그 전체 2위에 올라있던 삼성 원태인과 5.63의 오원석이었다. 삼성의 우위가 예상됐지만, 경기 초반 SSG 타선은 원태인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2회 하재훈과 김민식의 연속 적시 2루타가 터져나와 2-0으로 앞서나갔고, 3회엔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열흘만에 1군 무대로 돌아온 한유섬의 투런포가 터져나와 4-0까지 달아났다.
1회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 오원석은 4회 2사까지 11타자를 퍼펙트로 막아냈다. 그러나 갑작스레 제구 난조가 찾아와 볼 11개를 연속으로 던졌다. 맥키넌과 김영웅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2루에 몰린 오원석은 이재현을 상대로도 3B-0S에 몰렸다. 오원석이 무너지는 전형적인 패턴이었지만, 오원석은 이후 가운데로 공 3개를 던져 이재현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위기를 벗어났다.
최대 위기에서 벗어난 오원석은 5회에도 2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류지혁의 우익선상으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1루수 고명준이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다시 한 번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고, 6회는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6이닝 무실점으로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첫 무실점 경기이기도 했다.
오원석의 완벽투 속에 SSG는 9-2로 완승을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만난 오원석은 “올 시즌 등판에서 점수를 1점도 안 준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오늘 무실점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팀도 이겨서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4회 2사 이후 나온 11개 연속 볼을 던진 장면에 대해선 오원석 본인도 당황했단다. 그는 “저도 정말 당황스럽더라고요. 2명 볼넷 내보내고, 이재현 선수한테도 3B-0S까지 몰리니까 ‘이거 어떡하지. 여기서 볼넷 내줘서 만루되고 한 방 맞으면 동점된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냥 맞아도 좋으니 가운데만 보고 힘껏 던지자라는 마음으로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숭용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오원석에게 “잘 던지다 갑자기 무너지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런 투구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화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좀 독해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묻자 오원석은 “저도 경기하다 보면 화가 나곤 한다. 제 나름대로 표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막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그럴 순 없는 것 아닌가”라면서 “감독님의 말은 싸움닭처럼 좀 더 마운드에서 투쟁심을 보여달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앞으로는 좀 더 투쟁심있게 던져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SSG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광현도 좌완이다. 좌완인 오원석을 두고 ‘제2의 김광현’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오원석은 “그런 수식어는 좋다. 저만 잘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제가 더 잘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5회만 가면 안 좋고, 한 번에 우르르 무너지는 경기가 워낙 많아서 맨날 똑같은 패턴으로 무너지곤 했다. 오늘은 그래도 6회까지 던져서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원석의 투구수는 88개였다. 7회 등판도 가능했던 투구수였다. 7회 등판에 대한 욕심이 없었냐는 질문에 오원석은 “저는 더 던지고 싶었다. 배영수 코치님이 6회 마치고 오셔서 ‘더 던질래?’라고 물어봇셔서 그러겠다고 답했는데, ‘그냥 그만 던져라’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도 예전에 이런 상황에서 새 이닝에 들어갔다가 점수 내준 적이 있어서 6회까지 던진 것도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날 삼성과 SSG의 경기 막판엔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삼성 구자욱이 SSG 박민호의 공이 등 뒤로 지나가자 격분했고,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오원석의 프로 첫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오원석은 “프로 와서 첫 벤치 클리어링이라 그냥 뛰어나갔던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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