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의추’(어차피 국회의장은 추미애) 여론과 딴판 결과
‘친명 국회의장’ 몰아가는 기류에 대한 반발로 관측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은 탄생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까운 정성호, 조정식 의원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명심’(이 대표의 마음)은 추미애 당선자 한테 있다는 ‘어의추’(어차피 국회의장은 추미애) 여론이 거셌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결선 투표까지도 가지 않고 1차 투표에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당선자를 앞지른 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추 당선자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던 친명계 의원들이나 추 당선자로서는 이 대표와 추 당선자에 대한 ‘반감’에 당황했을 법하다. ‘친명(친이재명) 원내대표’에 이어 ‘친명 국회의장’으로 몰아가는 기류에 민주당 당선자들이 반발한 결과로 해석된다. 추 당선자의 좌충우돌식 언행에 대한 반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16일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5선인 우원식 의원(서울 노원구을)이 선출되자 회의장 분위기는 일순 적막이 흘렀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추 당선자는 눈에 띄게 얼굴이 어두워졌는데 투표 전 나란히 앉은 이재명 대표와 환화게 웃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친명계가 당을 장악해가던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골적으로 ‘명심’은 자신한테 있다고 주장했던 추 당선자가 낙선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흠집을 남겼다.
추 당선자와 함께 6선 고지에 올라 강력한 국회의장 경쟁자였던 조정식 의원은 지난 12일 추 당선자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여기에 친명계 좌장 격인 5선의 정성호 의원도 같은 날 사퇴하며 분위기는 더욱 추 당선자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과정이 우 의원이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친명계의 거침없는 일방통행에 반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뜻이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도대체 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당 대표가 개입하나”라며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 지도부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추미애 당선자를 사실상 추대하기 위해 친명계 교통정리를 한 것을 “심각한 문제”라고 공개 비판했다.
우 의원은 지난 13일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라며 “구도를 정리하는 일을 대표나 원내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추 당선자를 지지했던 강성 지지층은 국회의장 경선 결과에 항의하는 글을 당원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한 당원은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무시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기를 당했다”라고 썼다. 다른 당원은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조국혁신당으로 가겠다”고 했다. “우원식을 지지한 수박들 명단을 공개하라”는 글도 연이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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