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최근 다시 조명을 받으며 분노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경남 밀양시가 난감해하고 있다.
8일 현재 밀양시청 홈페이지 속 자유게시판에는 밀양시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접속자가 많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정도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밀양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도 '이제 밀양에 가지 말아야겠다'라거나 '믿고 거르는 도시'라는 등의 댓글이 수백개씩 달려 있다.
밀양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SNS 콘텐츠가 오히려 밀양의 부정적 이미지로 활용되는 셈이다.
최근 유튜버들이 20년 전 밀양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 신상을 앞다퉈 올리면서 해당 사건이 재조명된 이후 발생한 일이다.
특히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서 가해자 중 한 명이 밀양시 한 공공기관에 근무한다고 공개하면서 가해자 인사 조처와 관련한 글들이 쏟아졌다.
이에 시는 이날 부시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책 방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은 언론이 아니니 언론중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고 피해는 있지만 피해가 불분명해 고발하기도 애매하다”며 “민원인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시 입장에서도 마땅한 방안이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앞선 5일 세계일보가 각종 커뮤니티에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밀양 지역의 한 맘카페에서는 아들을 둔 엄마들의 우려와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가해자들의 신상이 공개된 커뮤니티 등에 ‘1986년~1988년 밀양 출신 남성은 걸러야 한다’ 등의 비판 댓글을 언급하며 미혼인 자녀가 행여 안 좋은 시각으로 비칠지 고민한다.
한 회원은 “다른 카페를 보니 이제부터라도 밀양 출신 남자들을 다 거르라고 했다”면서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고민했다.
이에 다른 회원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당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다시 이슈화됐다”, “‘밀양 출신은 상대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국민들은 집단성폭행 사건에 개입된 가해 학생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일상을 사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
당시 검찰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10명만 기소했고, 울산지법이 2005년 4월 기소된 10명에 대해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맘카페에서도 이런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다만 사건과 관련 없이 단지 밀양 출신이거나 특정 년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차별은 안 된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선샤인 테마파크를 준공하는 등 여름철을 맞아 관광객 유입을 위해 힘쓰던 밀양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서 직원들 사기도 많이 꺾였다.
지난 4·10 총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안병구 밀양시장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다.
안 시장은 이날 부시장 주재 대책 회의 내용을 전달받고 “크게 유감이다”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자칫 도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우려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럽다”며 “조만간 유감 내용을 담은 시장 명의 공식 입장문을 낼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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