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후기, 해부 참여 정황 위법”
“시신으로 돈벌이” 비난여론 거세
의료계는 기증 기피 확산 우려
가톨릭대 의과대학이 민간업체와 연계해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해부용 시신) 해부 강의를 유료로 진행해왔다는 세계일보 보도 이후,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의료계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일부 시민들로부터는 “시신 기증 의사를 재고하겠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13일 의사단체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 박지용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공의모는 전날 운동 지도자 교육업체인 A사를 시체해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세계일보 2024년 6월11일자 10면 참조>
박 대표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고발에 나서게 된 이유와 관련해 “의료계 커뮤니티에서 의사들이 이번 사태에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공분이 일고 있다”며 “카데바 해부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의모는 A사가 주관한 강의가 여러 측면에서 시체해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강생들은 참관만 했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없다는 학교 측 해명과 달리 한 수강생 후기에서 “카데바의 아킬레스건을 직접 절제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비의료인이 시신을 해부한 것으로 현행법 위반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의대에 소속된 해부학·병리학·법의학 전공 교수 등에 한해 시체를 해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달리 강의를 진행한 가톨릭대 의대 김모 박사는 교수 신분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 대표는 “A사가 가톨릭대 의대 측으로부터 카데바를 양도받는 과정에서 대가가 없었는지도 수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학교 측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다. 연세대 의대에 재학 중인 B씨는 “우리 학교만 해도 당장 실습에 쓸 카데바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카데바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시신 기증의 숭고한 뜻을 돈벌이로 이용했다” “유족들이 가족 시신이 저렇게 이용된다는 것을 알면 어떤 기분일까” 등의 반응부터 “사후 장기 기증과 시신 기증을 서약했는데 철회할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시신 기증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발적인 기증 없이는 카데바 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시신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의대에서 요구되는 시신은 연간 1000∼1100구 수준으로 추산된다. 2016년 8월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과거와 같이 무연고자의 시신은 의학 연구용으로 활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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