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kg 시신’…‘아는 사이’ 동창생들의 ‘감금 살인’ [사건 속으로]

“잘 생활하며 지내고 있다” 아버지 안심시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애들을 괴롭히는 것“
”심리적 강압 상태에 놓여…“

3년 전 평범한 오늘, 고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기나긴 학대 끝에 마포의 한 오피스텔의 화장실에 갇혀 지내며 결국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나가게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 6월 21일 경찰은 친구를 온갖 신체적, 정신적 학대 끝에 결국 34kg의 시신 상태로 발견된 범인들의 상세한 범행 전말을 밝혔다.

◆ 학창 시절 ‘아는 사이’, 서울에서 동거 시작하며 감정 폭행 시작

피해자 A씨(20)와 가해자 김 모 씨(20)는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다른 가해자 안 모 씨(20)는 김 씨와 고등학생 때 친구가 된 사이였다.

A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말을 더듬는 등 일상생활이 약간 불편한 정도의 장애가 있었고, 겉으론 평범한 음대생이었던 김 씨는 이때부터 A 씨를 끌고 다니며 이유 없는 괴롭힘을 시작했다. 이후 A는 김 씨의 소개로 안 씨를 알게 됐다.

대구가 고향이던 세 사람은 모두 서울로 상경했고, 김 씨와 안 씨는 A씨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해 9월 쯤 거주지를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로 옮겼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됐고, 청소기와 휴대전화 등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A씨를 폭행했다.

당시 이들을 목격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여기 닦아라, 짐을 저쪽에 놔라’ 이런 식으로 친구 사이가 맞나 (의심했다)” 라며 증언했다.

◆ “잘 생활하며 지내고 있다” 아버지 안심시켰지만… 전치 6주

피해자의 아버지는 아들의 연락이 끊긴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자 10월 17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가출 신고를 한다. 하지만 A씨는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서울 친구 집에서 같이 생활하고 잘 지내고 있다” 라고만 경찰에게 전달했고,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신고를 취하했다.

하지만 가출 신고한 지 17일 후인 11월 4일 서울 서초구의 한 편의점에서 A씨는 음료수를 훔쳐 먹다 들켜 점주의 신고로 인근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편의점 점주는 “얼굴에 피멍도 들었고 상처도 많고 밥도 안 먹고…”라며 ‘가정폭력 받나 보다’ 싶어서 신고했다고 말했다.

당시 임의 동행한 김 씨와 안 씨는 A 씨를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A 씨의 몸에 있든 폭행 흔적과 11월에 반소매를 입고 있는 모습 등이 수상했던 경찰은 직접 아버지에게 연락했고, A 씨는 김 씨와 안 씨로부터 벗어나 대구의 병원에 입원해 전치 6주의 갈비뼈 골절 치료를 받았다.

이후 A 씨에게 지속적인 폭행 등 괴롭힘에 대한 사실을 들은 아버지는 김 씨와 안 씨를 상해죄로 고소했지만, 이들은 이 사실을 부인하며 1월쯤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 또 다른 가해 조력자… “A 씨가 파손시킨 노트북 변상 때문" 아버지 설득

이 과정에서 3월쯤 이에 대해 알고 있던 다른 조력자 차 씨(20)는 'A 씨가 노트북을 파손시켰으니, 변상을 받기 위해 도와달라'고 접근한 친구 김 씨의 연락을 받고 A 씨의 아버지에게 간접적인 해명과 이들이 함께 살게 됐던 이유에 대해 설명해 A 씨의 아버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는 모두 김 씨 등이 꾸며낸 거짓말이었고, A 씨는 다시 한번 이들의 반강제 협박에 다시 서울로 올라가 다시 한 번의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자신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A 씨를 보복과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은 이들의 고문과 폭력, 폭언은 이때부터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후 경찰은 A 씨에게 대질조사를 위해 출석하라는 연락을 했다. 이는 A 씨의 아버지가 이들을 상해죄로 고소한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던 4월 17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김 씨 등의 손에 있었던 A 씨는 경찰과 통화에서 '서울에 없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 아버지의 또 한 번의 가출 신고…계속되는 갈취

계속해서 이들의 손에 끌려다닌 A 씨는 물류센터와 일용직 노동을 하면서 급여 등을 갈취당했다. 그들은 A 씨의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강요했고,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판매하는 수법으로 600여만 원을 갈취했다.

A 씨의 아버지는 4월30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재방문해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가 3대 개통된 점이 수상하다"고 알리며 다시 한번 가출 신고를 한다.

이후 가해자들의 강압에 의해 A 씨는 '고소 취하 계약서'를 작성하고 직접 고소를 취하했고, 경찰은 보강 수사 없이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경찰은 "서로 진술이 달라 폭행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기 위해 대질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종결했다고 한다"며 "가출 신고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상으로 공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씨는 오랜 시간 이루어진 감금 등으로 심리적 강압 상태에 놓여 있었기에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망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 결국 34kg 시신의 상태로 발견…

결국 화장실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로 A 씨는 발견이 되었고, 그의 최초 발견하여 김 씨와 안 씨는 신고했다. 2021년 4월 1일부터 피해자 A 씨를 감금하고 고문하여 결국 같은 해 6월 13일 폐렴과 영양실조로 숨진 것이다.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체 상태로 숨진 채 발견이 되었고,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개월 사이 52kg에서 34kg의 급격한 체중 변화가 있었다. 사망 전 최소 13일 간 화장실에 갇혀 지냈으며, 발견 당시 A씨가 있었던 화장실에서는 물탱크 위 종이컵에 물과 소량의 밥 덩어리만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