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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갈 길 먼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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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01 23:39:32 수정 : 2024-07-01 23: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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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난제’ 유보 통합 첫발 뗐지만
재원 마련·교사자격 통합은 안갯속
이해관계 조정, 정교한 해법 긴요
민주당, 정쟁 말고 적극 협조하길

전국에 유치원이 7700여 곳, 어린이집은 2만7500여 곳이 있다. 대상 연령이 겹치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비슷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기관이다. 만 3∼5세 대상의 유치원은 초중등교육법에 설립 근거를 둔 교육기관이고, 0∼5세 영·유아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설치된 보육시설이다. 유치원은 교육에, 어린이집은 돌봄에 더 치중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풀지 못한 ‘30년 난제’ 유보(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이 첫발을 뗐다.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통합하기 위해 교육부로 관리를 일원화한 개정 정부조직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시행 세부 방안을 제시해 내년 통합법을 제정하고 이르면 2026년 가칭 ‘영유아 학교’가 문을 연다. 영유아 교육의 질을 높이고, 원하는 학부모는 누구나 하루 12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어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유보 통합은 1995년 김영삼정부 시절부터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부처 간 입장이 다르고, 유치원·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서다. 수십년간 몇 차례에 걸쳐 통합 논의가 있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한 건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는 방증이다. 오죽했으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유보 통합이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했겠나. 이번에는 제대로 통합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작지 않다.

통합의 최대 과제는 재원 조달이다. 교사 급여와 원아 1인당 지원되는 예산 등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가 크다.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간 처우 격차 해소, 돌봄 시간 확대, 방과 후 프로그램 강화 등 통합 과정에서 연간 2조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간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학생이 급감해 교육교부금이 남아도는데 이기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재원 마련 방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 계획이 뜻대로 진행될 리 없다.

교사 양성 체계와 처우 통합도 민감한 사안이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해야 정교사 자격증을 받고,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평생학습기관 등에서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면 자격을 얻는다. 유치원 교사의 급여가 어린이집 교사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두 기관을 통합하려면 교사 자격 기준, 처우 등을 통일해야 하는데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후 결정하겠다지만 영 미덥지 않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다른 시설 기준, 운영 방식을 통일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어린이집은 하루 12시간에 방학이 없지만, 유치원은 하루 3∼5시간 기준에 연간 180일 수업으로 방학이 있다. 통합 후 밑그림이 준비돼 있는지 의문이다.

그간 유보 통합이 좌초한 건 재원 마련과 이해당사자 간 갈등 때문이다.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소통과 대화 능력으로 볼 때 유보 통합을 매끄럽게 풀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의욕만 앞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간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밟기에 십상이다. 이해당사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갈등을 줄이고, 정교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 교육부의 실력에 달려 있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인 우리는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위기에 놓여 있다.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애를 태우는 것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다. 유보 통합이 성공하려면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유보 통합은 여당뿐 아니라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보육난 해소와 저출생 극복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보육난 해소라는 절대 과제가 정쟁에 휘둘려서는 안 될 일이다.

생애 초기 교육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투자이다. 유보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양극화도 줄어들 것이다. 학교는 커졌는데 교사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하향 평준화된 통합을 원하는 학부모는 없다. 아이들의 재능을 더 키워주고 사교육비는 줄어야 출생률도 높아질 것이다. 갈 길이 멀고, 할 일은 많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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