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내 최대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한 달 만에 또 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가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무임금·무노동 파업을 진행한 뒤 그다음 주 2차 행동에 나선다고 한다. 날로 격화하는 세계 반도체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다시 파업 리스크가 불거지니 걱정스럽다. 지난달 7일 ‘연차투쟁’처럼 이번에도 조합원의 낮은 참여로 생산 차질까지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파업의 명분은 황당하다. 전삼노는 올해 연봉협상(기본인상률 3%)을 거부한 855명에 대해 더 높은 임금인상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사측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거부하자 돌연 파업카드를 꺼냈다. 전삼노 조합원은 전체 직원의 23%인 2만8400만명인데 이 중 파업에 적극적인 조합원만 혜택을 주자는 궤변이다. 노조 내부에서조차 ‘소수 강경파만 대변해 대표성을 잃었다’는 말이 나온다. ‘무임금·무노동’을 공언하고도 ‘파업으로 발생하는 조합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라’는 엉터리 주장도 늘어놓는다. 현재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국내 최고수준인 1억2000만원인데 귀족노조의 횡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올해 들어 업황 호전에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삼성의 위기는 가실 줄 모른다. 고대역폭메모리(HBM)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1년이 다 가도록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도 대만의 TSMC와 점유율·기술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런 판에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은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실물경제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전삼노는 자해행위를 멈추고 회사와의 상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파업노동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 방어권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난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지만 민주당이 더 심한 독소조항을 담아 재발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어제 공동성명에서 “개정안이 노사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할 것”이라며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마저 제한되면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기업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할 노란봉투법의 입법은 중단돼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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