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4법도 공영방송 장악 의도
정파·노조 편향… 존재의미 있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자진 사퇴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엊그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자 직을 던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후임 위원장으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등이 검토되고 있다니 방통위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 방통위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데는 야당의 책임이 크다. 입법폭주로 국가기관장이 취임 6개월 만에 물러나는 일이 반복되고, 행정기능이 마비상태에까지 이른 지경이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사퇴한 것은 야당이 어제 국회에 보고한 탄핵안을 4일 본회의에서 가결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고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의 방통위로는 안건 의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친민주당 성향의 보도를 한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진을 교체하기 어렵다. 방문진 이사를 여 6명, 야 3명으로 개편해 MBC 사장을 교체함으로써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겠다는 게 여권의 뜻이다.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어떤 식이건 현 MBC 사장 교체를 막으려 할 게 뻔하다.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 만료일(8월12일)이 지나 새 이사진이 들어서면 MBC 사장 교체는 시간문제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그걸 막기 위해 ‘방통위 마비’ 폭주를 하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민주당이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의 ‘방송 3법’과 방통위원 4인 이상이 출석해야 개의를 할 수 있게 한 ‘방통위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도 MBC를 사수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민주당은 지난달 방통위가 현행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계획안을 의결한 것을 두고 “윤석열정부의 방송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국회 몫 3명(여 1명, 야 2명)의 추천을 서두르는 일이 더 화급하다.
김 위원장의 사퇴로 탄핵소추안은 결국 폐기됐다. 그러나 여야의 방송장악을 위한 샅바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장악을 위한 정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MBC 민영화를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지금도 공영방송이 너무 많다. 국민이 아닌 정파와 노조 편을 드는 공영방송이 얼마나 존재가치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 역할을 못하는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이제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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