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년 연속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나토가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인 한국과 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을 회의에 다시 초청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와 IP4의 밀착이 사실상 정례화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 수준으로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시점에 맞춰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나토 중심의 유럽 국가와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연대와 협력 강화를 지속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북·러 정상이 회담을 통해 한쪽이 무력침공을 받으면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조약까지 체결한 게 얼마 전이다. 국제정세 급변 속에서 한반도가 신냉전의 앞마당이 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열리는 나토의 IP4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강력한 비판 메시지를 낸다고 한다. 이어 나토와 미국, 유럽의 5개 싱크탱크가 공동 주최하는 나토 퍼블릭포럼에도 참석, 인도·태평양 세션의 단독 연사로 글로벌 안보를 주제로 연설한다. 윤 대통령 발언에 서방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전쟁의 장기화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지에 대해선 유럽 각국 입장이 갈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 자유 진영과 연대를 최우선시하는 ‘가치 외교’를 표방하던 때와는 기류가 사뭇 달라졌다. 유럽 내 극우세력 약진은 나토의 존립 기반마저 흔드는 형국이다. 당장 프랑스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여기에 가시화하는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도 나토로선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나토가 대행하겠다는 발표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데 뜻을 같이할 것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의 가치외교와 안보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정부는 그동안 나토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자유주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강화해 왔다. 이번에 어떤 식으로 범위와 위상을 확대해 갈지 주목된다. 북·러 밀착에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제사회 동참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등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외교적으로 글로벌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은 한반도 안보지형의 균열을 막는 지렛대나 다름없다. 진영 간 대결이 첨예해질수록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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