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지 등 총 13만6000㎡ 규모
‘시민공간’ 표방 구상안 순차 추진
2026년 궁궐숲 등 역사정원 조성
돈의문 복원 시민 의견 청취 나서
서울 경희궁 일대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2026년엔 역사정원이 들어서고, 2035년엔 서울광장 10배 규모의 역사문화공원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경희궁지와 주변 공공부지 4곳(국립기상박물관, 서울시민대학·차고지, 서울시교육청, 돈의문박물관마을) 약 13만6000㎡ 일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고 17일 밝혔다. 첫 시작은 경희궁지다. 이달 10일 흥화문과 숭정문 사이의 정비방안이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경희궁은 도심 속 대규모 공간임에도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일평균 방문객이 1500여명에 불과하다. 인근 경복궁(5만7430명), 덕수궁(2만8150명)과 차이가 크다. 시는 경희궁지 일대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종합적인 공간구상안을 마련했다. 2035년까지 4대 테마로 공간개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우선 경희궁 일대에 역사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차량진입로 등 역사적 맥락과 무관한 시설은 덜어내고 궁궐숲 조성, 왕의 정원 연출을 통해 경희궁의 품격을 높인다. 비워진 공간 특성을 활용해 복잡한 도심 속에서 여가와 휴식이 가능한 곳으로 만들 방침이다. 흥화문과 숭정문 사이 공간은 연내에 정비하고,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경희궁 전체의 모습을 바꿔나간다. 시민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계부 담장을 정비하고, 지형 극복이 가능한 보행로를 조성한다. 시교육청과 기상박물관 인근엔 기후환경숲을 조성한다.
2026년 시교육청의 기능 이전을 고려해 경희궁 서측은 시민대학, 시 차고지를 함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시교육청과 협의한다. 경희궁의 특징을 알 수 있는 ‘ㄴ’자형 어도(왕의 길)를 상당 부분 점유하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은 이전을 검토한다.
역사박물관은 2002년 경희궁지 내에 개관했다. 현 위치에서 시대별 역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의견과 경희궁지가 아닌 곳에 제대로 건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차한다. 시는 역사박물관의 이전 적정부지를 찾고 있다.
아울러 시는 사대문 중 유일하게 복원이 안 된 돈의문 복원을 장기적 관점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해 수차례 전문가 자문을 받아 정동사거리 일대 돈의문 복원 기본구상안을 마련했다. 이 구상안을 바탕으로 역사학자와 도시·교통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의견, 시민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다. 돈의문은 조선 한양의 사대문 중 하나로, 1915년 일제가 전차 궤도를 복선화하면서 철거됐다.
경희궁지 일대 활성화를 위해 역사정원 조성과 연계해 돈의문박물관마을도 재정비한다. 주변 도시공간과 연계해 열린 공간을 확보할 방침이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재정비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
조남준 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국가유산의 미래지향적 활용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엄숙하고 진지했던 경희궁 일대가 문화 여가가 있는 활력 공간으로 재탄생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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