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제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선거유세 도중 “북한 김정은과 야구 경기를 보며 야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앞서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하루가 멀다 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한반도 정책이 확연히 다를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재집권하면 김정은과 세 차례 만났던 집권 1기 때처럼 정상 간 빅딜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러브 콜을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그의 과장된 화법은 익히 알려졌지만 과거 1기 임기 4년은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곤혹스러웠던 시기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고도화되고 한·미동맹이 크게 흔들린 최악 시기 중 하나였다. 2018년 2월 하노이 회담이 빅딜의 조건이 맞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지만, 트럼프의 성향상 재집권 시 북한의 핵을 용인하고 동결 대가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거래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희박하지만 주한미군 철수 내지 감축을 놓고 김정은과 협상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확대할 것이며 이를 위해 중국산 자동차에 10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중국이 타격을 입으면 한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에는 “중국산 수입 제품에 60∼100%, 다른 나라 수입 제품에는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고율의 관세를 통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다. 트럼프는 또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을 비판하면서 “대만은 우리에게 돈(보험료)을 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 기업들엔 발등의 불이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에 투자하면 보조금을 주겠다고 했고, 법도 만들었다. 그걸 믿고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우리 정부와 업계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전 세계는 트럼프 재등장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만큼 트럼프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당장 트럼프 진영과의 접촉채널을 확대하고 안보이익을 극대화할 전략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도 미국의 우선주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가 안보·경제인 만큼 이젠 트럼프 당선을 가정해놓고 시나리오별 매뉴얼대로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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