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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후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모든 사랑의 아른거림이

사실 나는 좋아요

헷갈림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완성할 수도 있으니까

 

불러도 오지 않는 이름을 나눠 가졌다면

다가갈 수밖에 없는 시간이 있고

찾아갔을 때 사라지고 없더라도

온종일 헤맬 수 있는 지도를 펼쳐 들고

 

너의 인기척과 안간힘에

나는 잠깐 떠들썩해지는 고양이

 

나는 숨을 수도 없는 곳에서

네 꼬리가 마음껏 휘젓고 다닌 나의 어둠이

오늘 제일 맑고 화창했어요

 

(중략)

 

나는 너의 가장 기다란 벤치

딱딱하게 좁지만 네가 뛰쳐나가면 생겨나는

둥근 모서리에 턱을 괴고 긴 낮잠을 자면

 

나는 그 꿈을 간지럽히는

강아지풀 아니면 버들고양이

 

한 존재에 이다지도 매료될 수 있다니. 우리, 사랑, 아른거림, 인기척, 안간힘…. 시를 이루는 몇몇 단어만 훑어봐도 그 순정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양이를 몹시 사랑한 나머지 고양이와 식구가 되고, 나아가 제 스스로 고양이가 되어 버리려는 사람의 모습이 선하다. 낮잠을 잘 때면 종종 꿈에서 “강아지풀 아니면 버들고양이”가 되기도 하는 모양. 간질거리는 시의 구절구절을 음미하자면 금세 나른해진다. 몸 어딘가 기다란 꼬리가 하나 생겨날 것도 같다.

이 사랑스러운 시가 그러나 단지 사랑만을 드리운 것은 아니다. 사랑 아래 조용히 웅크린 것은 어쩌면 외로움. “네 꼬리가 마음껏 휘젓고 다닌 나의 어둠”이라는 말에서 설핏 만져지는 묵은 고독. “너의 인기척과 안간힘”에 “떠들썩해지는” 아주 “잠깐”이라는 말 또한 어떤 고요와 쓸쓸함을 짐작하게 한다.

고양이를 향한 극진한 마음. 어째서 고양이를 이다지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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