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늘 ‘첫 번째’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여성이자 흑인 검사장으로 선출됐고 캘리포니아주 첫 여성 법무장관을 지냈다. 2017년 연방상원위원이 됐을 땐 흑인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였지만 인도계는 처음이었다. 2020년 55세의 나이에 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여성·흑인·아시아(인도)계라는 3중의 장벽을 한꺼번에 무너트렸다. 퓰리처 수상자인 워싱턴포스트의 로빈 깁핸은 “최초, 최초, 최초”라고 썼다.
해리스가 숱한 유리천장을 깨며 걸어온 길은 미국 사회가 이민가정, 소수인종에게 열어주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스토리다. 그는 자메이카 출신 흑인인 아버지와 남인도 타밀족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부모도 자국에서 촉망받는 인재였다. 부친은 미 서부의 최고 명문 스탠퍼드대학에서 명예교수까지 지냈고 모친은 유방암 전문 연구자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그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서 그 이유로 ‘가능성’을 언급했다. 해리스는 부통령 당선 후 “내가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미국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걸 소녀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하루 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지지를 확보했다. 바이든이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후 후원금이 2억5000만달러(약 3463억원)나 쏟아졌고 조지 클루니와 비욘세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지지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해리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지고 있지만 로이터통신 조사에서는 트럼프를 앞섰다. 그가 당선된다면 버락 오바마에 이어 두 번째 흑인이지만 첫 여성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이 된다.
카멀라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이란 뜻이고 힌두교 행운의 여신인 락슈미의 별칭이라고 한다. 연꽃은 늪이나 진흙 속에서 자라나 아름답고 깨끗한 자태를 뽐낸다. 깊고 더러운 곳일수록 더욱 함빡 핀다. 미국에서 다른 공직과는 달리 대통령과 부통령은 태생적 시민권자만 자격이 주어진다. 이민자의 딸이 흑인과 여성에게 따라다니는 편견과 불이익을 뛰어넘어 또 한 번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마법을 펼칠 수 있을까.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