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동훈 대표 외롭지 않게 잘 보좌하라”… 한동훈 “윤석열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 위해 노력”
추미애 “김건희 여사가 검사 소환”… 이원석 “김 여사 조사, 원칙 안 지켜져 국민에 사과”
◆“나와 싸우려 하면 안 된다”던 최민희 “이진숙 뇌 구조에 문제”…이진숙 “뇌 구조에 문제 없다. 사과해라”
대한민국 국회 인사청문회는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줄곧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 등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기보다 여당은 무조건 감싸고 야당은 무조건 깎아내리는 데 치중한 탓이다. 그러니 부작용만 양산했다. 일례로 인품과 자질이 되는 사람은 청문회 과정에서 만신창이될 것을 우려해 공직 맡길 꺼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후보로 지명되는 경우가 많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 입김이 세지고 여소야대 지형이 심화한 22대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더욱 가관이다. 국민 눈치도 보지 않고 막말 공방과 진흙탕 싸움이 예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이례적으로 사흘째 인사청문회가 이어진 2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게 “후보자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퍼붓자 이 후보자는 “뇌 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받아치며 사과를 촉구했다.
둘은 이 후보자가 언론노조와 관련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한 후 충돌했다. 이 후보자는 “어제 ‘어떤 위원’께서 ‘왜 민노총 조합원들이 80~90%를 차지하느냐. 뭔가 이유가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며 “민노총 노조가 뭔가 공정하고 정의롭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사실상 힘에 의한 지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위원장은 송요훈 전 아리랑국제방송본부장(전 MBC 기자)에게 “MBC 제1노조가 89%, 제3노조가 10%인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송 전 본부장은 “공정 방송을 원해서 자발적 가입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 발언이 끝나자 최 위원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어제 그렇게 물은 게 저이고, 살다 살다 저런 궤변은 처음 들어 본다”며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서 제1노조가 정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 89%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내에서 일어난 일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후보자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발끈한 이 후보자가 “제 뇌 구조에 대해 말한 부분에 사과를 원한다”고 하자, 최 위원장은 “왜요.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사과할 일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이 후보자는 “제 뇌 구조에 이상이 없다”고 거듭 사과를 요구했고 여당 의원들도 가세해 최 위원장에게 항의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도 “이분은 일본 정부 대변인 같은 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되고, 극우적 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된다”고 악담했다.
인사청문회 첫날인 지난 24일에도 둘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 증인 선서를 마치고 증서를 제출한 뒤 자리로 돌아가자 “제가 인사하려고 했는데 돌아서 가시니 뻘쭘하지 않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최 위원장에게 다가와 악수했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이때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 귀에 대고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런 풍경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최 위원장은 민주당 친이재명계 의원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데다 방통위원 임명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악연이 깊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국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당시 공석인 방통위원 자리에 최민희 후보를 선출하고 윤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정치적 편향성 등을 이유로 7개월 넘도록 임명하지 않았고, 최 후보자는 11월 7일 스스로 물러났다.
◆윤 대통령 “한동훈 대표 외롭지 않게 잘 보좌하라”…한동훈 “윤석열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 위해 노력”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한동훈 관계가 갈 데까지 갔다’는 설이 파다했지만 한동훈 당 대표로 막내린 전당대회가 끝나자 당사자들이 서둘러 갈등설 진화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대표 경선에서 낙선한 원희룡·나경원·윤상현, 추경호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공식적인 식사 자리는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 1월 29일 오찬 이후 거의 6개월 만이다. 한 대표는 총선이 끝난 4월 중순 윤 대통령의 식사 제안을 건강상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한동훈 당 대표를 비롯해 여러분 모두 수고 많았다. 당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까 그것만 생각하자”고 단합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줘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외롭지 않게 주변에서 잘 보좌하라”고 했다. 또 “같이 식사하고, 술도 마시고, 상갓집도 가며 친밀하게 스킨십이 있어야(가까워져야) 리더십(지도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한 대표를 모시고 그렇게 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당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하자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두 사람은 ‘러브샷’까지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여당과 정부 등 여권 내부가 파열음 없이 냉랭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추미애 “김건희 여사가 검사 소환”…이원석 “김 여사 조사, 원칙 안 지켜져 국민에 사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비공개 출장 조사’와 ‘검찰총장 패싱’ 조사 논란 여파가 간단치 않다. 특히 검찰은 내분 양상으로 치닫다 가까스로 봉합하는 기류다. 윤 대통령을 전방위 로 압박 중인 야당에는 또 하나의 공격 호재가 생긴 셈이다. 문재인정부 당시 법무부장관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세게 맞붙었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수사쇼를 하라고 검찰이 존재하는가”라며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소환한 것이 아니라 김 여사가 검사를 소환해 수사 연출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김 여사는) 소환조사를 한번도 응하지 않고 뭉개다가 이제 와서 이원석 검찰총장도 모르게 몰래황제조사를 했다고 한다”며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소환한 것이 아니라 김 여사가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로 검사를 소환해 수사 연출을 한 것이다. 이쯤 되면 김 여사가 VIP1 인가 보다. 검찰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 김 여사의 머슴인가 보다”고 매섭게 꼬집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같은 날 취재진에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총장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검찰 내부의 문제인 듯하다”며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다만 특혜 조사란 주장에는 “현직 대통령 부인이 검찰에 소환돼 대면 조사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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