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일선 경찰관 3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고인 중 일부는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청은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긴급 현장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26일 “최근 연이어 발생한 경찰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밀한 실태 파악에 나설 것”이라며 “윤희근 청장은 근래 이어진 경찰 동료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근원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 차장이 총괄하는 ‘현장 근무 여건 실태진단팀’을 꾸릴 것을 긴급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진단팀 운영을 통해 일선 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살펴보고 현장 경찰관 근무 여건 개선을 비롯한 사기 진작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일주일 새 스스로 목숨을 끊은 2명을 포함해 일선 경찰관 3명이 숨지면서 경찰 내부가 동요하는 분위기다. 특히 고인 중 일부가 수사 업무를 담당했고, 업무 과중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력 부족과 실적 압박 등 경찰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은 잇단 경찰관 사망에 대해 “수사관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가수사본부의 전출 전 자기사건 책임수사제도, 감찰의 고강도 점검 등 제도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제도와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일선 수사부서에선 지난해 11월 개정 수사준칙 시행 후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경찰이 모든 고소·고발을 원칙적으로 접수하도록 의무화되면서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경찰직협이 공개한 카카오톡 내역에 따르면 이달 18일 사망한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A(31) 경위는 평소 주변인에게 업무 과중을 호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 경위는 사망 전 업무 부담으로 인한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도 신청한 상태였다. 22일 사망한 충남 예산경찰서 소속 B(28) 경사도 평소 주변에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과 소속인 40대 C 경감이 서울 동작대교에서 투신했다가 구조됐다. C 경감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실에서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던 서울 동작경찰서 소속 40대 D 경감은 이날 오전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두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업무상 스트레스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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