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 지방층 아래 근육·뼈까지 손상 가능… 가장 심각한 등급
세계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에서 한 남성 관광객이 맨발로 모래 언덕을 걷다 3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3도 화상은 근육과 뼈, 힘줄까지 손상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등급의 화상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공원관리소는 지난 20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모래 언덕 ‘메스키테 플랫 샌드 듄스’(Mesquite Flat Sand Dunes)에서 양발 전체에 화상을 입은 42세의 벨기에 남성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공원 관리 요원들은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가 모래 위를 걷다가 슬리퍼를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공원 측은 당시 이곳의 대기 온도는 화씨 123도(섭씨 50.6도)였으며 지표면은 훨씬 더 뜨거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남성은 병원에서 3도 화상을 입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3도 화상은 피하 지방층의 아래와 근육 또는 뼈까지 손상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등급의 화상이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데스밸리에서 이달 들어 9일 연속으로 화씨 125도(섭씨 51.7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길게 125도 이상 기온이 지속된 것이다.
데스밸리에서는 매년 여름 사고가 빈발하는데도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여름날 극한 고온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데스밸리 국립공원을 방문한 관광객은 110만명에 이른다.
공원 측은 “섭씨 43도에서 54도에 달하는 고온을 예상해야 한다”며 “밖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오전 10시 이후에는 하이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공원 내 대부분 지역에서 휴대전화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생존을 위해 잘 준비하고 여행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와 기네스 세계 기록이 인정한 지구 최고 기온 기록은 1913년 7월10일 데스밸리 퍼니스크리크에서 관측된 섭씨 56.7도다. 1800년대 중반 뜨겁고 메마른 대지에서 행군하던 개척자들이 죽어나가 ‘죽음의 골짜기’(데스밸리)로 불리고, 이 가운데서도 퍼니스크리크가 ‘용광로처럼 뜨거운 시냇물’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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