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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따라 시작 천재성 두각… 반효진 “입문 3년 겸손하자는 생각뿐” [파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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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30 06:00:00 수정 : 2024-07-30 07: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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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효진 金… 사격 3일차에 金2·銀2

시작 늦었지만 누구보다 더 노력
세계랭킹 16위… 본선 1위로 통과
결선서도 251.8점 신기록 ‘기염’
1988년 윤영숙 최연소 기록 갱신
런던 金3·銀2 최고 성적 경신 기대

‘고교생 사수’ 반효진(16·대구체고)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2021년 7월, 함께 태권도장을 다니던 친구의 권유로 사격을 접했다. 올림픽 사격 종목을 보면서 흥미를 느낀 반효진은 테스트를 거쳐 사격부에 들어갔다. 그때까진 호기심으로 총을 잡던 반효진은 불과 두 달 뒤 열린 지역 대회에서 우승해 본격적으로 엘리트 사격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 앞서 진행된 5분 연습에서 반효진이 과녁을 조준하기 위해 총알을 장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들보다 다소 늦게 사격을 시작한 만큼 10배는 더 노력하겠다는 각오로 훈련을 거듭한 반효진의 성장세는 거침없었다. 각종 국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반효진은 지난해부턴 국제 대회에서도 입상하면서 국가대표도 넘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더니 사격을 시작한 지 만 3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3월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한 이 대회에서 반효진은 전체 1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 국가대표가 바로 반효진이다.

 

그동안 한국 사격에는 여고생 신분으로 주목받은 선수들이 있었다. 1992 바르셀로나 여자 소총 금메달리스트 여갑순을 시작으로 2000 시드니에서는 강초현이 여자 소총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사격계에선 반효진이 이들의 뒤를 따라 파리에서 기적을 일으켜주길 기대했다. 지난달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뮌헨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국제대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다만 냉정하게 봤을 때 금메달까지 예상하긴 어려웠다. 총을 잡은 지 3년도 되지 않아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하긴 했지만, 그만큼 기복도 심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반효진의 천재성은 이런 상식을 가볍게 비웃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하며 전체 1위로 통과한 반효진은 하루 뒤 열린 결선에서도 거침없었다. 세계랭킹 16위 반효진은 29일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공기소총 여자 결선에서 251.8점으로 결선 신기록까지 수립하는 기염을 토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로 역대 하계 올림픽 금메달 99개를 달성했던 한국은 반효진의 ‘금빛 총성’에 힘입어 100번째 금메달의 금자탑을 쌓았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 시상식에서 반효진이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연합뉴스

만 16세10개월18일에 금메달을 딴 반효진은 역대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종전 기록은 1988 서울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윤영숙(만 17세21일)이다. 여기에 2000 시드니의 강초현(당시 만 17세11개월4일)이 보유한 역대 최연소 사격 메달리스트 기록도 경신했다.

 

이날 반효진은 어린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큰 경기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털’을 보여줬다. 이날 결선에서 쏜 24발의 사격 가운데 9점대에 그친 건 단 3발뿐이다. 그중 2발은 황위팅(중국)과 금메달을 놓고 다툰 23, 24번째 발에 몰려서 나왔다. 평범한 선수라면 급격하게 무너졌을 상황에서도 반효진은 침착하게 영점을 조정했고, 한 발로 모든 걸 결정하는 슛오프에서 10.4점을 쏴 10.3점의 황위팅을 제쳤다.

“끝났다” 사격 대표팀 반효진(가운데)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미소를 보이고 있다. 샤토루=남정탁 기자

이제 16세인 반효진에겐 2024 파리는 한국 역대 최고의 사격 선수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반효진 역시 끝없는 성장을 약속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반효진은 “사격을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돼서 경기에 나갈 때마다 최대한 겸손하게 하나라도 더 배우자는 생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올림픽에 와서도 똑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쟤는 어디까지 성장할 생각이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더 열심히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반효진의 금메달을 통해 한국 사격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내걸었던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 미디어데이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목표로 내걸었다가 파리 현장에 입성한 뒤 동메달 2개를 추가해 목표를 상향 조정했지만, 반효진의 금메달을 포함해 대회 3일차 만에 벌써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이제는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한국 사격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던 2012 런던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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