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반려견 ‘똘이’(가명)가 밥을 잘 먹지 않았다. 보호자는 똘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수의사는 똘이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여러 검사를 권했다. 비공개 처치실에서 검사를 받던 도중 똘이는 급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졌고, 병원을 방문한 지 1시간 만에 사망했다. 14년간 똘이와 함께 살아온 보호자는 그날 사체를 안고 병원을 나오며 목놓아 울었다.
넉 달 뒤 보호자가 나를 찾아왔다. 동물병원에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다. 보호자는 병원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고 했다. 보호자는 힘든 날들을 보내다 병원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과 본인의 의견을 그 병원의 ‘리뷰’ 공간, 그리고 반려견 보호자들이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에 글로 남겼던 것이다. 보호자는 병원에 검사 자료와 비공개 처치실의 CCTV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사실도 적었다. 그러자 병원 측은 보호자가 허위의 글을 게시하여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면서 보호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왔다.
보호자가 작성한 글을 찬찬히 살펴봤다. 어디에 작성했는지, 몇 회에 걸쳐 썼고, 어떤 표현을 썼는지 등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보호자는 자신이 경험하고 믿은 내용을 올렸고, 가급적 그 병원이 특정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또한 자신의 경험이 다른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그 병원의 ‘리뷰’ 공간에는 보호자 외에도 부정적인 후기를 남긴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소비자들의 정보 교환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병원 측 주장에 항변했다.
얼마 전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병원 측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특히 판결 이유 중에, ‘평가가 좋지 않은 리뷰에 대해서 명예훼손을 인정한다면 위와 같은 리뷰는 게시할 수 없으므로 리뷰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부분이 와 닿았다. 병원도 고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명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똘이를 잃은 것도 모자라 다시 한 번 소송으로 힘든 날을 보내야 했던 보호자가 이제는 더 힘들지 않기를 바라본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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