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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 마음에 안 든다 바꿔 달라, 신고"…살인 부른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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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10 11:12:03 수정 : 2024-08-10 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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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서 시비…토막 살해 후 서울대공원 숲에[사건속 오늘]
법원 "우발범행 잔인하지만 뉘우친다" 무기징역 아닌 20년형

왕정시대 가장 참혹하고도 엄한 벌 중 하나가 부관참시(剖棺斬屍)로 무덤을 파 관을 꺼내 시신의 목을 베는 일을 말한다.

 

생전에 지은 죄를 갚으라는 의미지만 부관참시를 당한 영혼은 죽어서도 잠들지 못하고 구천을 떠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부관참시를 모두가 두려워했다.

 

현대 사회에선 부관참시 자체를 야만적 형벌,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엄금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19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장미의언덕 주차장 인근 도로 수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9시 39분께 장미의언덕 주차장 주변을 지나던 서울대공원 직원이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50대 초반 남성 시신을 발견한 후 경찰에 신고해 출동한 경찰이 인근에서 머리 부분을 추가로 수습했다고 밝혔다. 뉴스1

굳이 부관참시와 비슷한 예를 찾는다면 살해 후 시신을 토막 내는 일일 것이다.

 

토막살해범은 살인죄에 더해 사체손괴죄로 가중처벌받는다.

 

일부 토막살해범은 초범, 우발적인 점,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형량에서 선처받기도 한다.

 

2018년 8월 10일 새벽 1시 15분쯤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노래방에서 말다툼 끝에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낸 변경석(1983년생)도 그러한 예다.

 

검찰은 무기징역형이 마땅하다고 했지만 법원은 징역 20년형을 내렸다.

노래방 도우미를 교체해달라는 손님과 말다툼 끝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변경석씨. 뉴스1

◇ 일요일 오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 옆 숲에서 섞는 냄새가

 

일요일이던 2018년 8월 19일, 아침부터 온도계가 30도 턱밑까지 치솟는 가운데 순찰에 나선 과천 서울대공원 직원은 오전 9시 39분쯤 장미의 언덕 주차장 일대를 살피던 중 도로 옆 수풀에서 수상한 대형 비닐봉투 2개를 발견했다.

 

누가 쓰레기를 투기했나 싶어 수풀 쪽으로 몇 걸음 들어가자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비닐봉투 속을 살피던 직원은 너무 놀라 땅에 주저앉을 뻔했다. 사람 다리가 담요에 싸여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대공원 직원은 비 오듯 땀을 흘리면서 수풀 밖으로 나가 112에 신고했다.

 

◇ 18년만에 엽기 살인사건 접한 과천경찰서…

 

'토막난 시신이 있다'는 신고를 접한 과천경찰서는 동원 가능한 수사인력을 모두 현장으로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살기 좋다는 과천에서 '토막 살해사건'이 일어난 건 2000년 5월, 명문대생 이 모 씨가 부모를 살해 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이후 18년 만이기 때문.

 

경찰은 2개의 대형 비닐봉투에 각각 몸통, 다리가 유기된 것을 확인한 뒤 인근을 살핀 결과 현장에서 3m가량 더 들어간 수풀에서 머리 부분이 담긴 검정색 비닐봉투를 수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인을 의뢰했다.

 

지문감식 결과 피해자는 경기도 안양에 사는 A 씨(1967년생)로 밝혀졌다.

지난 2018년 8월 19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장미의언덕 주차장 인근 도로 수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9시 39분께 장미의언덕 주차장 주변을 지나던 서울대공원 직원이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50대 초반 내국인 남성 시신을 발견한 후 경찰에 신고해 출동한 경찰이 인근에서 머리 부분을 추가로 수습했다고 밝혔다. 뉴스1

◇ 1차 부검결과 '사인 불분명'…통화내역 조회에서 실마리 찾아

 

국과수는 1차 부검 결과 "10일 전후로 살해된 것으로 보이며 부패 상태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단정하기 어렵다", "시신은 공구를 이용해 절단한 것으로 보인다", "얼굴과 어깨의 베인 듯한 상처는 살해 이후에 생긴 것같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했다.

 

사인과 별도로 경찰은 A 씨 주소지로 찾아갔으나 예전에 일하던 중국집으로 A 씨가 그곳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또 A 씨가 1990년대 말부터 가족과도 연락하지 않고 혼자 여러 곳을 떠돌며 살고 있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그러던 중 경찰은 A 씨의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결정적 단서를 확보했다.

 

◇ 피해자, 변경석의 안양 노래방 부근 통화를 끝으로…

 

A 씨는 8월 10일 자정을 막 넘길 무렵 경기도 안양의 한 노래방 부근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을 끝으로 더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10일 새벽 무렵 A 씨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판단, 서울대공원 주차장 인근 CCTV를 통해 9일부터 드나든 차량을 하나하나 추적했다.

 

그 결과 A 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안양 노래방 업주 변경석 명의의 쏘렌토 차량이 10일 밤 대공원 주차장 CCTV에 잡힌 것을 확인했다.

 

즉시 노래방 인근 CCTV를 모두 뒤져, 변경석이 10일 밤 대형 비닐봉투를 들고나와 쏘렌토에 싣는 장면을 확보, 용의자로 특정했다.

사진=뉴스1

◇ 뉴스 통해 경찰 동정 살피던 변경석, 경찰 오기 직전 도주

 

살해 후 노래방 문을 닫고 업소에서 은둔생활을 해온 변경석은 8월 19일 낮부터 모든 매체가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보도하자 온 신경을 뉴스에 쏟았다.

 

20일 피해자 신원이 확인됐다, 21일 오전 수사가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변경석은 21일 낮 간단한 짐을 꾸린 뒤 쏘렌토를 몰고 남쪽으로 도망혔다.

 

과천경찰서 형사대가 노래방에 오기 바로 직전이었다.

 

◇ 전국에 쏘렌토 지명수배, 도주 4시간 만에 서산휴게소에서 체포

 

경찰은 전국에 변경석의 쏘렌토 차량을 지명수배하는 한편 도로별 CCTV를 살펴 그가 서해안 고속도로에 들어간 사실을 알아냈다.

 

공조수사를 통해 서산휴게소에 머무는 변경석을 체포, 과천으로 압송했다.

 

변경석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당시 있었던 일을 실토했다.

 

◇ "도우미 마음에 안든다" 교체요구…시비 붙자 "도우미 불법영업 신고", 끝내

 

변경석은 "10일 자정을 막 넘겨 노래방을 찾은 A가 도우미를 요구해 불러줬다. 얼마 뒤 마음에 안든다며 교체를 요구하고 이러면 돈을 못 준다고 하더라"며 "말다툼 도중 A가 '도우미는 불법 아닌가, 신고하겠다. 가만있을 줄 아느냐'고 협박해 그만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A 씨의 '신고' 말에 흥분한 변경석은 카운터에 있던 흉기를 들고 A 씨를 살해한 뒤 '당분간 영업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구를 노래방 입구에 써 붙인 뒤 홀에서 시신을 토막 냈다.

 

◇ 풀이 우거진 대공원을 유기 장소로...혈흔은 살균 소독제, 살해 흉기와 토막 도구는 깨끗이 닦아 제자리

 

변경석은 시신 유기에 유리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과천 서울대공원에 수풀이 우거져 있는 사진을 봤다.

 

저곳이라면 금방 들키지 않겠다고 판단한 변경석은 8월 10일 밤 시신이 든 비닐봉투를 쏘렌토 차량에 싣고 서울대공원으로 이동, 밤 11시40분쯤 버리고 돌아왔다.

 

이어 노래방 홀에 묻은 혈흔은 살균 소독제로 닦아 낸 뒤 범행과 토막할 때 사용한 흉기와 공구도 깨끗하게 닦았다.

 

경찰이 노래방을 찾았을 때 흉기는 카운터, 공구는 의자 위에 얌전하게 놓여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 검찰 연거푸 무기징역형…1, 2심 모두 징역 20년형

 

검찰은 2018년 11월 2일 결심공판에서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건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1형사부(김유성 부장판사)는 2019년 1월 18일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고 시신을 토막내 유기하는 등 방법이 잔인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범행이 우발적이고 반성하고 있다"며 징역 20년형과 출소 후 보호관찰 3년형을 선고했다.

 

또 검찰이 요청한 전자발찌 부착명령도 "피고의 성장과정과 처벌된 적이 없는 점 등을 볼 때 폭력적 성향이 있다거나 재범할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물리쳤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5부(오석준 부장판사)도 2019년 5월 24일,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변경석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2038년 8월 20일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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