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기사가 용변이 급한 저를 내려주고 그냥 가버렸어요."
지난 22일 오전 0시 15분, 무안광주고속도로 전남 함평터널 인근 갓길에서 위태롭게 걷고 있던 A(18)군은 자신을 발견한 경찰관에게 이렇게 해명했다.
훔친 차량으로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고 있다는 걸 숨기려는 A군의 거짓말이었다.
A군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듯 미리 112에 전화를 걸어 "고속도로에 버려졌다. 도와달라"는 구조 요청을 해놓은 터였다.
그러나 경찰은 A군의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고속도로에 사고 차량이 버려져 있다"는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현장에서 운전자가 도주한 것을 확인한 상황에서 A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찍힌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사고 운전자가 A군과 동일한 인상착의를 지녔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경찰은 A군이 유력한 용의자라고 판단하고 사고 현장으로 데려갔지만, A군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A군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던 경찰의 눈에 결정적인 증거가 포착됐다.
사고 차량과 A군의 휴대전화가 블루투스로 서로 연결된 기록이 남아있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A군을 추궁했고, 결국 A군은 자신이 운전한 사실은 물론 해당 차량을 훔친 것까지 실토했다.
전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사고 신고와 구조 요청이 비슷한 시각에 접수돼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도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바로 신병을 확보했다"며 "차량 주인이 도난당한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신속하게 검거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A군은 사고 2시간 전인 지난 21일 오후 10시께 광주 북구 임동 한 도로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주차된 차량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열쇠가 차 안에 있어 쉽게 시동을 걸 수 있었고 무면허로 운전대를 잡은 그는 빗길에 미끄러져 고속도로 가드레일과 부딪히는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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