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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막고 점자 블록 위 버젓이… 방치 전동킥보드 ‘골치’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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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10 06:00:00 수정 : 2024-09-10 11: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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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형이동장치에 위협받는 안전

서울시 불편신고 7월 말 기준 9만여건
견인 집행 4만4701건… 2023년 71% 달해
지자체 견인료 부과 등 대책 마련 고심
대전선 단속 요원들이 계고장 부착도
청주시, 전용 스마트주차장 100곳 운영

공유킥보드 특성상 어디서나 반납 가능
관리할 법적 근거 없어 사후조치 급급
대여사업 등록제 등 담긴 법 제정 시급
PM 기업 “수거업체 경쟁적 과태료 부과
평균 3시간마다 위치 확인해 수거 조치”

서울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김모(48)씨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통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보도 중앙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PM이 카페 진출입을 방해하기 일쑤여서다. 김씨는 “아침에 (카페) 오픈을 할 때 문 앞에 킥보드 여러 대가 넘어져 있을 때도 있다”며 “타다가 아무렇게나 두고 가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니 공해가 따로 없다”고 토로했다.

5일 서울 강남구의 인도에 전동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PM)가 방치돼 보행자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규희 기자

도심의 골칫거리가 된 전동킥보드로 인해 보행자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조례 개정을 통해 PM의 강제처분 권한을 강화하고, 모바일 앱을 통한 신고 접수도 활성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민들 불편이 커지면서 지자체의 PM 공유업체에 대한 관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달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일대. 낮부터 내린 비로 어수선한 거리에서 인도 한가운데 방치된 전동킥보드와 공유자전거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점자 보도블록 위에 공유 전기자전거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가 하면, 횡단보도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전동킥보드 탓에 스마트폰을 보며 걷던 시민이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도 이어졌다. 한티역 각 출입구에는 이미 여러 회사의 킥보드와 자전거가 너저분하게 방치돼 있었다. 이날 오후 6시쯤엔 전동킥보드를 탄 한 청년이 한티역에 도착해 출입구 앞에 킥보드를 내던지듯 세우고 그대로 지하철역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무단주차된 PM으로 인한 시민의 불편 신고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접수된 공유 PM 관련 신고 건수는 9만4928건이다. 지난해 전체(14만1031건)의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견인을 집행한 건수는 올해 7월 말 기준 4만4701건으로, 벌써 지난해(6만2179건)의 71% 수준에 달했다.

전동킥보드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자 각 지자체는 공유업체에 견인료를 부과하는 등의 안전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무단방치 PM에 대한 수거와 이에 따른 수거료 및 보관료 징수를 위한 조례를 개정했다. 차도와 횡단보도 3m 이내, 버스 승강장 5m 이내, 도시철도역 진출입구 전면 3m 이내, 점자블록 위 등을 PM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위반 관리자나 사용자에게는 수거료와 보관료 최대 1만3000원(1일 기준)을 징수한다. 서울시는 올해 6월 전동킥보드 즉시 견인구역에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추가했다.

대전시는 지난해 관련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 조례’에 대한 일부개정을 통해 지역 내 무단 방치 PM에 대한 ‘견인·보관 비용 청구’를 법제화했다. 구청 단속 요원들이 관할 구역을 돌아다니며 무질서하게 방치된 PM에 ‘1시간 내 기기를 전용주차구역으로 이동하라’는 내용의 계고장을 부착하고, 대여업체가 기기를 재배치하지 않으면 견인업체가 견인 후 비용을 대여업체에 청구하는 식이다.

전용 주차구역을 만들어 안전한 주차를 유도하는 곳도 있다. 청주시는 지난달부터 공유킥보드 전용 스마트주차장 100곳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가져다 놓으면 모바일 쿠폰을 지급한다. 청주시의회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전동킥보드 견인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내년부터 2만원의 견인 비용을 사업자에게 청구하기로 했다.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장과 주차구역을 운영 중인 울산시 한 관계자는 “업체와 협력해 앱 팝업창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전용주차장이나 주차구역을 이용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응에도 근본적인 PM 안전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디서나 반납이 가능한 공유 PM의 특성상 전용주차구역 설치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신고 후 견인과의 시간차로 안전사고 위험성은 상존하기 때문이다. 일선에서 전동킥보드를 관리해야 하는 기초지자체의 인력 부족도 공유킥보드 안전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관리를 강제하기는 어려워 광역시에서 권고 형태로 협조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는데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무단방치 전동킥보드를 줄이기 위한 제도가 있더라도 기초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지자체가 안전관리를 위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점도 공유킥보드 방치의 한 요인이다. 기초단체들 역할이 즉시 견인 등 사후 조치에만 한정돼 있는 이유다. 지자체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대여사업 등록제 등이 명시된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과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대여사업 등록제 등이 명시된 법안의 제정이 절실하다”며 “앞으로도 관련 법안의 제정을 지속해서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2020년에는 대여업의 등록제와 주차관리를 주요 골자로 하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으나 국회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공유형 이동수단으로서 주차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이유가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았다. 22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기를 운영하는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수거하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관리 책임이 있는 대여 업체는 관련 법규 미비로 무단방치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들이 ‘프리 플로팅’(불특정한 장소에서 빌리고 반납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유 모빌리티 기업들은 일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기업들이 수거에 나서기 전 지자체로부터 위임을 받은 수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보행자의 보행 및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가로수 등에 주차한 킥보드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판열 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지자체에서 관리 위탁을 받은 업체들이 즉시견인을 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수치상 많아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업체들이 평균 3시간마다 위치를 확인하고 수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행자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주정차에 대해선 전동킥보드의 특성을 고려해 과태료 감면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병훈·이규희·김건호 기자, 대구·울산=김덕용·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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