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나방을 전부 포함하는 나비목은 한반도 곤충 중에서 두 번째로 종류가 많다. 그중에서도 나방류가 나비보다 많은데, 한반도에서 확인된 나비는 280여 종인 반면 나방류는 4000종이 넘는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나비와 나방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본다.
첫째, 왜 나비는 주행성이고 나방은 야행성일까? 사실 낮에 활동하는 나방도 많다. 우리 눈에 잘 안 보일 뿐이다. 크림색과 주황색 바탕의 화려한 무늬를 가진 불나방이 대표적이다. 낮에 날아다니며 꽃을 찾고 밤에도 활동한다.
둘째, 나비는 예쁜데 왜 나방은 칙칙할까? 나방의 어두운색이나 무늬는 눈에 띄지 않아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비는 왜 화려한 색을 가지고 있을까. 눈에 띄는 무늬는 천적에 더 노출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주 화려한 무늬는 독 등을 가지고 있어서 ‘나 먹지 마, 나 맛없으니까’라고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 포식자들도 학습하기 때문에 맛이 없거나 안 좋은 경험을 한 비슷한 무늬의 나비를 보면 먹지 않는다.
셋째, 나비와 나방은 어떻게 구분할까? 우리나라 나비와 나방은 더듬이 모양으로 100% 구분할 수 있다. 더듬이 끝이 성냥개비처럼 부풀어져 있으면 나비, 털 모양이나 빗살 모양, 채찍 모양 등 다른 형태면 나방이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더듬이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나비와 나방의 중간 형질을 가진 분류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나비처럼 보이는 나방도 있고 나방처럼 보이는 나비도 많아 겉으로는 구분하기 힘들다.
나비와 나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특히 나방은 칙칙한 생김새와 불빛에 달려드는 특성 때문에 비호감 곤충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들은 식물을 먹기도 하고 작은 포유류나 곤충의 먹이가 되기도 하는 등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물이라는 시선으로 나비와 나방을 바라본다면 마냥 징그럽거나 불쾌하진 않을 것이다.
안능호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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