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우리(한국)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세종 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은이 최근 내놓은 ‘상위권 대학 지역비례 선발제’ 제안과 관련해 “저희(한국은행)는 보고서에서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에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전면 도입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이 지역별 고등학교 3학년 학령인구 수에 비례해 신입생을 뽑자는 것으로, 선발 기준과 전형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하자고 했다. 서울과 비서울 학생의 잠재력 차이에 비해 주요 대학 진학률 차이가 과도하게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입시 경쟁이 지방으로 분산되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저출생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령기 인구 비례로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의 신입생을 뽑자는 제안에 대해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총재는 이러한 제안이 ‘위헌’, ‘강남 역차별’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한은 보고서를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이미 각 대학이 20% 정도 지역 (균형) 선발을 하고 있는데, 이걸로 해결되지 않으니 더 크게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 사시는 분들 아이들 교육한다고 여성 커리어 희생하거나 아이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과연 아이들이 행복한지 강남 부모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여섯살 때부터 학원 보내고 이게 행복한 건지, 나중에 좋은 대학 가서 부모 요구 달성하면 되지만, 달성 못 한 아이에게는 평생의 짐을 지운 것으로, 그런 사회가 계속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은 제안과 관련해 “우리(한국 사회)가 여러 과제를 갖고 있는데, 사회에서 공론화하고 논의될 수 있도록 한은이 문제를 제기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경제학)를 취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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