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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공간 넘어 휴식·공연까지… 복합문화중심이 되다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입력 : 2024-10-02 06:00:00 수정 : 2024-10-01 19: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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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도서관의 재발견’ 포항포은중앙도서관

2015년 원도심 문화시설 확충 목적 개관
매끈하고 완만한 곡선 강조 독특한 외관
1·2층 각각 3개씩 출입구, 접근성 높여

건물 중앙 ‘아트리움’ 다양한 행사 열려
2층 데크 공원·옥상 둥지마루 공원 역할
공공서비스 제공 시설 기능 업그레이드

퀴즈! 우리나라에 있는 1240개의 국립·공공도서관 중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도서관은 어디일까? 아마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옛 서울시청 건물을 개조한 서울도서관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용자 수 상위권에는 의외의 지역에 있는 도서관도 포함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행한 ‘2023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송파도서관이 이용자 수 약 158만명으로 1위다. 그리고 포항포은중앙도서관(약 149만명), 서울시교육청 어린이도서관(약 120만명), 서울시교육청 양천도서관(약 113만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20위권 내로 넓혀 보면 서울시에 11개, 광역시에 3개, 수도권에 4개가 있다. 비수도권에는 포항포은중앙도서관과 경남교육청 김해도서관이 유이하다.

포항 앞바다에 종종 출몰한다는 고래를 닮은 포은중앙도서관은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이 쇠퇴하는 포항 원도심을 위한 복합문화시설이다.

인구가 많은 지역에 있는 도서관의 이용자 수가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 도서관의 설치 기준도 해당 지역의 거주자 수를 따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인구 50만명의 포항시와 인구 23만명의 김해시에 있는 두 도서관이 이용자 수 상위 20위권 내에 있다는 건 놀랍다. 특히, 포항포은중앙도서관은 지난 5년간 이용자 수 10위권 내를 꾸준히 차지해 오고 있고 심지어 2018년부터 3개년 동안은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은중앙도서관은 대잠동으로 이전한 포항시청의 옛 본관 자리에 2015년 10월 개관했다. 도서관 건립을 기획할 때부터 원도심이라는 입지를 고려해 부족한 문화시설을 확충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지방의 다른 원도심과 마찬가지로 포은중앙도서관 주변 지역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인구 구성도 60대 비율이 23%대로 가장 높고 1인 가구 비율이 반 정도다. 그 외 단독주택과 연립 및 다가구 주택이 대부분이다. 포항시 주요 지역과의 접근성은 이미 구축해 놓은 도로가 있어서 양호하다.

매끈하고 완만한 곡선이 강조된 도서관 건물은 주변 건물들 사이에서 독특한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3∼6층은 둥근 삼각형 평면으로 디자인되어 있지만 1층 평면은 주변 건물의 배치, 길의 형태와 어울리는 장방형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변 교차로나 동네에서 도서관으로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1층과 2층에 각각 3개씩 총 6개의 출입구를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도서관 동쪽을 지나는 삼호로에 면해 있는 만화자료실은 별도의 출입구를 두어 도서관 내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공공시설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은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종종 여러 개의 출입구를 배치한다. 하지만 준공 이후 설계대로 운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시설관리의 편이성을 들어 한두 개의 출입구만 열어놓고 나머지는 잠가 놓기 때문이다.

로비 작은 음악회나 마을 행사가 열리는 아트리움.

포은중앙도서관 1층에는 이용자의 나이를 고려해 유아자료실과 어린이자료실이 배치돼 있다. 이외에 강연장인 ‘어울마루’와 첨단기술이 적용된 ‘실감서재’도 있지만 이보다는 건물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아트리움이 눈에 띈다. 아트리움은 평상시 마을 주민들이 천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볕을 쬐거나 의자에 앉아 쉬는 한가로운 공간이다. 하지만 ‘로비 작은 음악회’나 마을 행사가 열리면 대규모 집회 장소로 바뀐다.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서관은 정숙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생각하면 도서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문화시설이 부족한 원도심의 실상을 감안하면 활용도가 높은 공간이다.

설계자는 성격이 다른 아트리움과 일반열람실을 각각 다른 층에 두고 그 사이에 아트리움의 지붕을 만들어 두 기능 간에 간섭을 최소화했다. 즉, 포은중앙도서관은 바깥에서 보면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1∼3층과 4∼6층이 분리되어 있는 셈이다. 하나의 건물을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는 전략은 포은중앙도서관을 ‘복합형 문화센터’로 만들겠다는 당초 목표를 실현하는 주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현재 도서관 안에는 자료실을 비롯해 다양한 모임과 강좌가 운영되는 시설들이 함께 있다. 심지어 2층의 데크 공원과 옥상의 둥지마루는 원도심에 부족한 공원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도서관 1층에 첨단기술을 적용해 만든 실감서재.

사실 ‘도서관=독서’라는 등식으로 보면 포은중앙도서관은 살짝 비켜나 있는 시설이다. 이용 책 수는 전국에서 68번째이고 이용자 수까지 고려한 이용자 1인당 이용 책 수는 0.217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전국에서 1187번째). 언론도 포은중앙도서관에서 열람실과 자료실 같은 도서관 본연의 기능이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여러 층에 있는 휴식 공간, 부족한 열람실 그리고 미비한 장서를 지적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포은중앙도서관 ‘허점투성이’, 경북도민일보, 2015년 11월18일자).

그런데 ‘도서관=독서’라는 관점을 유지한다면 전국의 공공도서관 수는 줄어야 한다. 왜냐하면 성인 가운데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 ‘종합독서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도서관 수는 오히려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도서관의 역할이 독서에서 책을 통한 모든 활동으로 확장되면서 공공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 활동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둥근 삼각형 평면을 고려해 배치된 일반자료실의 서가.

공공도서관의 첫 번째 변화는 ‘도서관=학습’이라는 개념을 깨면서 일어났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도서관에서의 활동은 학습 중심이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잘 가지 않고 시험 기간에만 학습지를 잔뜩 가지고 가는 곳이었다. 도서관에 가서도 열람실과 분리돼 있는 자료실을 갈 일은 없었고 오히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이나 매점을 더 자주 이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별도의 열람실을 갖추고 있는 공공도서관을 찾기 더 힘들다. 나이로 구분된 자료실의 구획도 점차 사라지고 있고 심지어 독서 외 다른 활동이 일어나는 별도의 공간이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되는 추세다.

아마도 공공도서관의 두 번째 변화는 ‘도서관=독서’라는 관점이 ‘도서관=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으로 바뀌면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인구감소가 뚜렷한 지방 도시에서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구가 줄어도 공공서비스는 계속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별도의 건물을 각각 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생각하면 결국 공공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복합시설을 지어야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포은중앙도서관은 포항에만 국한된 사례라 할 수 없다. 포은중앙도서관은 법적인 분류상 도시군계획시설 중 하나인 도서관일 뿐 그 본질은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시설이다.


방승환 도시건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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