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선 현무-5, 北 벙커 파괴 가능
美 B-1B랜서 국군의날 첫 등장
국군 L-SAM·F-35A 등 총출동
대테러용 다족보행로봇도 눈길
1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는 존재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던 초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공군 소속 B-1B 폭격기도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함께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했다. 한국군 독자적인 군사력과 미군의 전략적 타격력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대북 억제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벙커 겨냥한 현무-5
이날 기념행사에 처음 등장한 현무-5는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 위에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을 얹은 형태였다. 해당 차량은 운전석이 전면을 바라본 채로 타이어만을 돌려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측면기동능력을 선보였다.
현무-5는 탄두중량 8t, 총중량 36t에 달하는 초고중량·초고위력 탄도미사일이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공개됐던 현무-4의 탄두중량(2t)보다 더 무겁다. 미사일을 수백㎞ 떨어진 곳까지 쏘아 올리는 추진체 추력도 기존 미사일보다 훨씬 강하며, 발사차량이 강한 화염과 가스 등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현무-5와 같은 고중량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은 발사차량의 원통형 발사관에서 미사일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 공중에 떠오르면 엔진이 점화하는 콜드론치(Cold launch) 방식을 쓴다. 현무-5도 콜드론치로 미사일을 사출한 뒤 공중에서 엔진을 점화한다.
현무-4는 북한 내륙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하시설을 관통, 무력화하는 ‘벙커버스터’ 역할을 맡고 있는데, 현무-5는 현무-4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을 지닌 무기로서 화강암 지대 수백m 깊은 곳에 있는 북한 전쟁지도부 등이 은신해 있는 핵심 지하시설을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무-5는 탄두중량을 줄이면 실제 사거리는 한반도 일대를 벗어날 전망이다.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과 비행거리는 반비례한다. 과거 사담 후세인 시절의 이라크도 스커드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위해 탄두중량을 줄인 적이 있다. 현무-5도 탄두중량을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수준인 1t 안팎까지 줄이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000∼5500㎞) 수준의 비행능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현무는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미사일 명칭이다. 현무-1은 퇴역했고 현무-2A·B·C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3A·B·C는 순항미사일이다. 현무-4는 현무-2를 개량한 탄도미사일이다. 현무-4-1은 지하시설 파괴가 가능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4-2는 함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4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다.
◆미군 B-1B 날아와… 한국군 첨단 전력도 등장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공군전략폭격기 B-1B 랜서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항공기 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팟에 따르면, 이날 등장한 B-1B는 미 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공중급유를 받으며 날아왔다. 최대 1만2000㎞를 비행할 수 있는 B-1B는 미국의 전략적 억제력을 상징하는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핵무기는 운용하지 못하지만 최대 57t에 달하는 무장을 장착할 수 있어 B-2(22t)나 B-52(31t) 등 다른 미군 전략폭격기보다 월등한 무장량을 갖췄다.
기념행사에는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전력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일반에 공개된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은 올해도 모습을 드러냈다. L-SAM은 고도 40㎞ 이상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로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공군 F-15K 전투기에 탑재되어 운용 중인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도 모습을 드러냈다. F-35A 스텔스 전투기와 KC-330 공중급유기, P-8A 해상초계기 등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 도중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했다. 민항기인 보잉737을 해상초계기로 개조한 P-8A는 시속 90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적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하는 ‘잠수함 킬러’다. 국산 KF-21 전투기도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한 채 비행했다.
무인장비도 모습을 드러냈다. 네 발로 이동하는 대테러 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이 기념행사에 등장해 경쾌한 발걸음을 선보였다. 시속 4㎞ 이상 속도로 움직이며 20㎝ 높이의 계단 등 수직 장애물도 오를 수 있는 이 로봇은 테러 발생 시 장병 대신 현장에 투입돼 적의 위협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현재 군은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전방 1개 사단에 로봇을 시범 배치해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이외에도 K2 소총을 장착한 소형드론과 다목적무인차량, 무인기뢰탐색기, 무인수상정 등도 공개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기념식을 마무리한 뒤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호국영웅 카퍼레이드, 국군 의장대와 전통악대의 합동공연, 전투기 20대가 광화문 상공을 비행하면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시작됐다. 시가행진에서는 국군과 주한미군 장병, 공중 및 지상장비들이 숭례문에서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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