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길 교통사고로 뇌출혈…법원 “출퇴근 재해”

“졸음운전이 교통사고 원인”

새벽 출근길 졸음운전에 따른 교통사고로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면 ‘출퇴근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A(72)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을 지난 7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 도로에서 역주행하다가 전신주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오전 5시 시작하는 새벽 조 근무를 위해 오전 4시쯤 덕양구 자택에서 출발해 파주시 사업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뇌출혈 진단을 받은 그는 2021년 “업무상 질병 또는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 결정이 나자 소송에 나섰다. 공단은 A씨 뇌출혈이 외상과 관련 없는 자발성 뇌내출혈로, 교통사고에 앞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A씨가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 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의식과 움직임이 있는 상태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가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면서 “원고의 기저 질환인 심장 질환과 고혈압이 언제든지 뇌출혈이 발병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달리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뇌출혈이 발병했다”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1항 3호 나목에서 정한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출근길에 발생한 교통사고가 A씨의 기저 질환에 겹쳐서 뇌출혈을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박진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