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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전 세계에 ‘한강 신드롬’이 몰아치고 있다. 국내 서점가는 아침부터 ‘오픈런’과 ‘품절 대란’이 벌어지는 등 이례적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판매량이 수백 배에서 수천 배까지 급증해 온·오프라인 서점들은 물량 확보 전쟁 중이다. 주요 대학 도서관과 지자체 운영 도서관에서는 한강의 책을 대여하려는 예약이 몰려 ‘대출 불가’ 상태다. 서울 종로구 한강의 집 앞에는 축하 화환이 즐비하고, 그가 운영하는 서촌의 작은 책방도 인파로 북적대고 있다.

외신들이 “한국의 카프카”라는 극찬을 쏟아내자 미국, 유럽 등 해외 서점가에도 ‘한강 돌풍’이 불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목록과 매대는 한강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미국 도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아마존에선 ‘채식주의자’가 문학 1위, 종합 10위에 올랐다.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과 독일·프랑스 아마존 사이트에서도 ‘채식주의자’는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 1위로 등극했다. 독일 아마존에선 1위부터 8위까지 한강 책으로 채워질 정도다.

가요계에서도 다양한 화제를 낳고 있다. 악동뮤지션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2019년 발표)는 일간 차트에서 역주행 중이다. 한강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쓸 당시 이 노래를 인상 깊게 들었다고 말하는 영상이 퍼진 영향이다. 방탄소년단 RM, 방송인 서현진 등 연예인들이 한강의 책을 읽고 남긴 감상평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한강 신드롬에 빠져 환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내 독서 문화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책을 읽은 성인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한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은 과거보다 문해력이 너무 떨어져 사회문제가 될 정도다. 한강의 수상을 계기로 사람들이 다시 책을 찾고 인문학이 부흥했으면 좋겠다. 반짝 열풍으로 끝나선 안 된다. 그래야 제2, 제3의 한강이 배출될 것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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