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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2단계 고도비만부터 맞을 수 있어요

입력 : 2024-10-20 21:44:15 수정 : 2024-10-20 2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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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약’ 열풍으로 본 비만 치료 가이드

식욕억제제 위고비 68주간 15% 감량
기존 약들보다 효과 좋고 부작용 덜해
1년치 약값 최소 600만원 부담도 커

초고도비만 당뇨·고혈압·심장질환 위험
약으로 감량 실패 땐 비만대사수술 고려
복강경수술 가능해져 합병증 부담 줄어

 

“위고비 처방 가능한가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의 국내 출시 이후 병원마다 비만 치료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 의료계에서는 국내 비만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2024 비만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비만 유병률은 남자 49.6%, 여자 27.7%로 전체 평균 38.4%(2022년 기준)에 이른다. 특히 2단계 비만 유병률은 1.6배, 3단계 비만 유병률은 2.6배로 10년 새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 비만은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25㎏/㎡ 이상으로 정의한다. BMI가 30㎏/㎡ 이상이면 2단계 비만, 35㎏/㎡ 이상이면 3단계 비만이다.

 

◆‘위고비’의 의미

의학계에서 위고비에 환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위고비는 68주간 15%의 감량 효과를 보여 기존 식욕억제제 오를리스타트(Orlistat), 날트렉손(Naltrexone)·부프로피온(bupropion),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 펜터민(Phentermine)·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등에 비해 효과와 부작용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만 치료 성과가 좋아지면 다양한 질환과 사망률 역시 낮아질 수 있다.

비만은 환자의 경우 심뇌혈관질환, 암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다. 3단계 비만의 경우 정상체중에 비해 심근경색(2.07배), 허혈성 뇌졸중(1.75배), 간암(2.23배), 신장암(2.99배) 등 발생 위험이 급격히 올라간다. 또 2형 당뇨병 위험 역시 2단계 비만에서 5.1배, 3단계 비만에서는 9.5배까지 치솟는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도 정상체중보다 3단계 비만은 각각 5.2배, 3.05배 위험이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오래전에 비만을 단순히 몸매나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질병 위험과 사망률을 높이는 ‘질병’으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위고비가 사용 가능한 단계는 2단계 이상 비만이다. 성인 평균 신장을 기준으로 남성(175㎝)은 92㎏ 이상, 여성(162㎝)은 79㎏ 이상이어야 처방된다는 얘기다. 다만 BMI가 30㎏/㎡ 미만이더라도 당뇨·고혈압 등의 동반질환이 있다면 BMI 27㎏/㎡ 이상에서도 처방받을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도 선택지

위고비의 부작용은 오심, 구토, 모발손실, 급성췌장염 등이 있다. 최근 병원 문의가 ‘비만’이 아닌 여성의 문의가 많다는 점에서 과용 우려도 나온다. 실제 삭센다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도 불법 거래와 과용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가천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위고비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메슥거림이나 구토는 약을 끊으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만큼 효과나 안전성이 모두 높은 약임은 틀림없다”며 “다만 한 달 50만원으로 낮게 잡아도 1년에 600만원이고 이를 지속해서 복용해야 하는 만큼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반면 비만대사수술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 진료·수술비를 모두 포함해 300만원이 안 된다. BMI 40을 넘어가는 경우에는 초반에 위고비를 복용해 체중을 감량해 수술 시야 확보를 용이하게 한 후 수술을 받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실제 비만 치료가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 외에 해당사항이 없는 사람들의 관심이 과도하게 높은 것은 우려된다”며 “약물 과용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정작 이 약이 필요한 당뇨, 비만 환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시장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비만학회는 진료 지침을 통해 체질량지수 35㎏/㎡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0㎏/㎡ 이상이면서 비만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비수술적 치료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경우 비만대사수술을 고려토록 권한다. 학회에 따르면 수술 후 체질량지수 25kg/㎡ 기준으로 초과한 체중의 감소율은 2년에 60∼80%에 이른다. 통계적으로 90㎏ 이상의 평균 신장 여성이 수술을 받으면 정상체중 초과분인 30㎏의 60∼80%인 18∼24㎏이 빠진다는 의미다. 운동조차 힘든 초고도비만의 경우 비만대사수술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비만대사수술은 위밴드술, 위소매 절제술, 루와이 위우회술, 담췌우회술·십이지장전환술 등이 있지만, 위밴드술의 경우 체내 삽입한 이물질로 인한 장기 합병증 발생이 상대적으로 빈번해 시행 빈도가 급감했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비만대사수술센터 센터장)는 “비만대사수술 후 체중감소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며, 수술 후 3개월간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후에 서서히 줄며 1년 반까지 전체 체중의 25∼30% 줄게 된다”고 밝혔다.

수술 부담도 과거에 비해 훨씬 줄었다. 비만대사수술은 대부분 복강경수술로 진행되기 때문에 합병증과 회복 기간 모두 줄어든 것이다. 수술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부분 부작용 걱정 때문이다.

최 교수는 “수술 시간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로 소요되며, 마취 시간 등 준비시간을 포함해도 3시간 정도면 끝난다. 수술 전날 입원해서 이후 수술받고 3~4일 입원한다”며 “수술 후 발생하는 합병증은 일반적으로 충수돌기염 수술이나 담낭염 수술에서 발생하는 합병증과 유사한 정도다. 후기 합병증은 약물치료나 식이 치료로 어렵지 않게 관리 가능하다. 수술이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인다는 것은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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