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가 뉴욕 메츠를 꺾고 4년 만에 월드시리즈(WS·7전4승제) 무대에 올랐다. 이로써 2024 WS는 메이저리그 동서부를 대표하는 최고 명문인 뉴욕 양키스와 다저스의 ‘클래식 매치’가 성사됐다. 두 팀이 WS에서 맞붙는 것은 1981년 이후 43년 만이다. 이는 곧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와 에런 저지(양키스)가 WS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저스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6차전에서 타선의 폭발에 힘입어 메츠를 10-5로 이겼다. 이날 4번타자로 나서 1회 결승타가 된 2타점 2루타와 3회 투런포를 터뜨리는 등 5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한 한국계 선수 토미 현수 에드먼은 NLCS MVP에 선정됐다. NLCS에서만 타율 0.407(27타수 11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의 이끌었다.
다저스는 정규시즌에서 98승64패(승률 0.605)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다저스는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를 5차전 혈투 끝에 3승2패에 오른 뒤 NLCS에서도 메츠를 4승2패로 제압하고 2020년 WS 우승 이후 4년 만에 팀 통산 8번째 WS 우승에 도전한다. 팀 통산 22번째 WS로, 다저스는 WS 준우승 14회로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다저스의 WS 상대는 하루 먼저 WS행 티켓을 확정한 양키스다. WS 통산 27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역대 2위인 세인트루이스(11회)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최다우승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양키스지만, WS 진출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지금은 연고지가 대서양 연안(뉴욕)과 태평양 연안(LA)으로 4500km나 떨어있지만, 두 팀은 원래 이웃 사이였다. 다저스는 뉴욕시의 자치구 중 하나인 브루클린을 연고지로 하는 브루클린 애틀랜틱스라는 이름으로 1884년 처음 창단됐다. 많은 팀명 변경을 거치면서도 계속 브루클린을 연고지로 하던 다저스는 1932년 브루클린 다저스로 팀명을 바꾼 뒤 1957년까지 리그에 참가하다 1958년에 뉴욕 자이언츠와 함께 캘리포니아주로 연고지를 함께 옮겨왔다. 뉴욕 자이언츠는 현재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뉴욕의 맹주 자리를 확고히 하던 양키스에게 밀려 두 팀 모두 서부로 넘어온 셈이다.
양키스와 다저스는 20세기에만 총 11번이나 WS에서 맞붙은 사이다. 특정 팀간의 월드시리즈로는 최다 기록이다. 그중 8번을 양키스가 이겼고, 3번은 다저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1세기 들어서는 이번이 첫 WS 맞대결이다.
두 팀 간의 얽힌 역사 외에도 두 팀의 WS에 팬들이 더욱 설레는 이유는 명실상부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인 오타니와 저지가 최고의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아메리칸리그(AL) MVP를 양분하던 오타니(2021, 2023)와 저지(2022)는 저지가 NL 소속인 다저스로 옮기자마자 WS 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두 선수의 정규시즌 성적은 눈이 부실 정도다. 저지가 58홈런으로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등극했고, 오타니가 54홈런으로 NL 홈런왕 및 전체 2위에 올랐다. 타율이나 타점 등 타격 스탯에선 저지가 다소 우세했지만,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투수를 접고 타자에만 집중한 결과, 올 시즌 전인미답의 영역인 50홈런-50도루를 달성해냈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의 성적은 둘의 희비가 엇갈리는 중이다. 오타니는 11경기에서 타율 0.286(42타수 12안타) 3홈런 10타점 OPS 0.934로 정규시즌보다는 아쉽긴 하지만, 그런대로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저지는 9경기에서 타율 0.161(31타수 5안타) 2홈런 6타점의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오히려 부상으로 인해 저지에게 양키스 간판을 내준 지안카를로 스탠튼(타율 0.294 5홈런 11타점)과 지난겨울 타선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해온 후안 소토(타율 0.333 3홈런 8타점)으로 타선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다저스 투수진이 스탠튼과 소토에 대해 집중 견제를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키스가 15년 만에 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선 저지가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와야만 가능할 전망이다.
오타니는 LA에인절스에서 뛰는 6년 동안 포스트시즌을 한 번도 뛰지 못했던 한을 올 가을에 제대로 풀고 있다. 오타니가 친정팀인 에인절스를 저버리고 다저스로 둥지를 옮긴 것은 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10년 총액 7억달러의 역대 프로스포츠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으면서도 계약 기간동안엔 매년 200만 달러를 받고, 2034년부터 10년 간 6800만달러를 받는 지불유예(디퍼)를 선택하기도 했다.
저지와 오타니는 아직 WS 우승반지가 없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 중 누가 먼저 WS 우승의 기쁨을 누리게 될까. 양 팀의 WS 1차전은 26일 다저스의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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