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23일 공식 확인했다. 우리 국가정보원의 공식 발표 이후 닷새 만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우리는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회원국들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 명백하게 국제법을 위반한 만큼 대북 제재가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이날 북한군 파병 보도에 대해 “허위, 과장 정보”라고 발뺌을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다. 오히려 지난 22일 우리 정부가 “북한군 파병에 대응해 단계별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며 공격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두고는 이날 “한국 안보에 미칠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성 발언까지 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용 무기 제공을 언급하는 것을 마치 한국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러시아 하원이 24일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함에 따라 양국의 군사적 밀착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우리 군 당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되는 북한군에 대해 입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0~20대로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했다. 허울뿐인 특수부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 정권이 명분 없는 전쟁터에 청년들을 내몰아 참전 비용 갈취에 나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스로 범죄 집단임을 자인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날려 보낸 쓰레기 풍선이 어제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졌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대남 ‘삐라’(전단지)도 발견됐다. 파병과는 별개로 남남갈등을 획책하려는 대남 도발이다.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때다. 파병 사실이 공론화된 만큼 국제사회와 협력해 러시아의 이중성을 대내외에 알리는 한편, 북한이 파병을 통해 군사적 실익을 얻을 수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북·러 간 추가 불법 군사 교류를 차단하는 길이기도 하다. 국회가 이날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규탄 및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협력 촉구 결의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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