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석탑·조선 후기 불화 가치 커
탑 위에 탑을 쌓은 듯한 독특한 형태로 잘 알려진 고려 석탑과 조선 후기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불화가 국보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보물인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과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 ‘김천 직지사 석가여래삼불회도’ 등 3건을 국보로 승격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1984년 보물로 지정된 지 약 40년 만에 국보가 되는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은 고려 후기인 14세기쯤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이다. 이 탑은 기단을 2단으로 쌓고, 그 위로 5층의 몸체를 올린 뒤 ‘풍마동’(風磨銅)이라 불리는 길이 1.8m의 금동 보탑을 올려둔 형태다. 석탑 위에 또 다른 탑을 쌓은 모습으로 매우 특수한 양식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금동보탑은 중국 원나라 등에서 유행했던 불탑 양식을 재현하고 있다”며 “제작 기법이 정교하고 우리나라 석탑에서는 유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탑은 당시 불교문화의 국제적인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유산으로도 여겨진다. 마곡사 오층석탑은 조각 기법이나 형태 등도 주목할 만하다. 석탑의 기단은 고려시대에 성행했던 백제계 석탑 양식을 보이며, 맨 아랫부분에 하중을 지탱할 힘을 높이기 위해 놓은 지대석에는 게의 눈과 같은 형상의 곡선이 새겨져 있다. 이는 ‘해목형 안상’(蟹目形 眼象)으로 불리는 형태로, 국내에서 현존하는 석탑 가운데 최초로 발견된 사례라 학술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인사의 영산회상도는 비단 바탕에 석가여래가 설법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으로, 석가여래는 크게 부각하고 나머지 도상은 하단에서부터 상단으로 갈수록 작게 그린 점이 돋보인다. 그림 아래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1729년 의겸(義謙), 여성(汝性), 행종(幸宗), 민희(敏熙), 말인(抹仁) 등 불화를 전문적으로 그린 승려들이 참여해 제작했다. 제작 책임자 격인 의겸을 붓의 신선인 ‘호선’(毫仙)이라고 적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80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국보에 오르게 된 직지사 불화는 중앙의 영산회상도를 두고 좌우에 약사여래설법도·아미타여래설법도를 둔 3폭 그림이다. 현존하는 삼불회도 가운데 3폭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불화로 꼽힌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와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보살입상’, ‘화성 용주사 감로왕도’,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등 4건은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또한 수백 년간 마을을 지켜온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와 ‘부여 석성동헌 탱자나무’를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