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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평균기온 첫 1.5도 상승… 기상이변 피해 속출

입력 : 2024-11-11 18:12:47 수정 : 2024-11-11 23: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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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O ‘2024 기후 현황 보고서’

2023년 동기 1.4도보다 0.14도 올라
WMO “파리협정 목표 실패 아냐”
온실가스 농도 51% 늘어 상승세
해수면 상승 속도 점점 가팔라져
10년간 기후변화로 2조달러 손실
한국, 9월 24.7도… 사상 최고 기온

올해 1∼9월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처음으로 1.5도 이상 올랐다. 1.5도는 세계 195개국이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기후변화 1차 저지선으로 설정한 온도다. 최종 저지선은 2도다. 같은 기간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속도는 3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빨라졌고, 해양 열 함량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극한 기상과 기후에 따른 전 세계적인 폭염, 폭우 피해가 이어지며 대규모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싹 마른 호수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개발도상국 등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8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중부 엘레나 지역의 호수가 바싹 말라 갈라진 땅이 드러나 있다.엘레나=AFP연합뉴스

기상청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세계기상기구(WMO) ‘2024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이날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9차 당사국총회(COP29)의 지구 정보의 날 행사에서 발표됐다.

 

WMO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4(±0.13)도 높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4도)보다 0.14도 더 상승한 수치다.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연 평균기온은 2019년 1.1도에서 2020년 1.2도, 2021년 1.11도, 2022년 1.15도로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지난해 1.45도로 급격히 치솟았고, 올해 3분기까지 평균기온은 처음으로 1.5도를 넘어섰다. 월 평균기온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16개월 연속 이전 기록을 경신했다. 아직 올해가 끝나기까지 두 달이 남아 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 평균기온도 1.5도 이상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WMO는 이번 기록이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월별 및 연간 지구온난화가 일시적으로 1.5도를 넘었으나, 이는 장기 지구 온도 수준을 의미하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실패한 것은 아님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파리협정의 장기적 온도 목표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전문가가 참여한 WMO 산하 국제전문가팀은 장기 지구온난화 수준이 1850년대 대비 약 1.3도(2014~2023년)일 것으로 분석했다. 단기적으론 1.5도를 넘었지만, 아직 파리협정이 정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 제한 목표치인 1.5도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온난화 관련 각종 지표는 좋지 않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인 1750년 278ppm에서 지난해 420ppm으로 51% 증가했다. 올해 실시간 데이터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 속도도 가파르다. 2014∼2023년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연간 4.77㎜ 속도로 상승했다. 1993∼2002년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다만 올해는 엘니뇨 약화로 2014~2022년 추세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해양 열 함량은 기록상 가장 높았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2005~2023년 해양은 연평균 310만테라와트시(Twh)의 열을 흡수했는데,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배가 넘는다.

 

극한 기상·기후도 빈번해졌다. 더위, 폭우, 홍수, 열대성 저기압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속출했고, 일부 지역의 가뭄은 엘니뇨로 더욱 악화됐다. 식량 불안정과 강제 이주를 심화시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이미 막대하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국제상공회의소(ICC) 의뢰로 작성된 보고서를 인용, 최근 10년(2014∼2023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2조달러(약 2788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4000여건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극한 기후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손실 비용은 2014년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하다 2017년 허리케인이 북아메리카 지역을 강타하며 급등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9347억달러(약 1304조4600억원)로 가장 손실이 컸고, 중국(2679억달러·약 373조8800억원), 인도(1122억달러·약 156조5800억원), 일본(908억달러·약 126조72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경제적 손실이 선진국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선진국은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를 복구할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여력이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더 치명적인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짚었다.

 

보고서를 의뢰한 존 덴턴 ICC 사무총장은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는 기후변화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기상이변으로 인한 주요 생산성 손실은 실물 경제에서 체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기후변화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6∼8월) 전국의 평균기온은 25.6도로 전국적으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위는 계속 이어져, 9월 전국 평균기온 역시 24.7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전국 기상관측소 66곳 중 46곳에서 해당 지역 9월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고, 서울을 비롯한 7개 지역은 사상 처음으로 ‘9월 폭염’을 겪었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7.4도로, 최근 10년 평균(24.2도)보다 3.2도나 높아지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여름 지속된 이례적인 폭염으로 온열질환자도 속출했다. 5월20일부터 9월30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3704명으로, 2018년(4526명)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이 중 34명이 사망했는데, 특히 60대 미만 사망자가 11명으로 전년(5명) 대비 120% 급증하며 젊은 층으로 온열 피해가 확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예림·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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