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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수능 날 “선배님, 수능 대박 나세요”… 신분증 두고 와 발 ‘동동’ [2025 대입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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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14 11:06:37 수정 : 2024-11-14 12: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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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렷. 선배님, 수능 대박 나세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인 14일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은 이른 아침부터 응원 나온 학교 후배들과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오전 5시50분부터 모였다고 한 중동고 학생 20여명은 선배들이 들어갈 때마다 경례하고 “화이팅”을 외치며 기운을 북돋웠다. 중동고 수험생들은 “후배들아, 고맙다”고 화답한 뒤 시험장으로 향했다.

14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 입실 시간이 지난 오전 8시10분쯤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에서 응원 온 중동고 학생들이 수험생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이정한 기자

이날 응원단을 이끈 중동고 2학년 기태원(17)군은 “내년에 저도 수능을 봐야 돼서 마냥 기쁘진 않다”면서도 “선배님들 한 번에 가세요”라고 힘줘 말했다.

 

용산구 용산고 앞에서도 배문고 응원단 15명이 ‘수능 대박 기원’ 현수막을 펼치고 연신 “선배님들 화이팅”을 외쳤다. 한세현·조성진(17·배문고 2학년)군은 “동성고와 용산철도고 등 다른 곳에도 응원팀이 나갔다”며 “실수하지 않고 실력 다 보여주고 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년 기온을 3∼8도 웃도는 포근한 날씨에 수험생들 옷차림은 가벼웠다. 후드티나 후드집업을 입은 수험생들이 많았고, 외투를 한 손에 걸치고 반바지를 입은 학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 정문 앞에서 수능을 보러 온 수험생들이 수험표 검사를 받고 있다. 윤솔 기자 
14일 순찰차가 수험생 신분증을 가진 학부모를 태우고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에 도착하고 있다. 이정한 기자

학부모들은 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를 꼭 안아줬다. 가볍게 등을 두드려주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떨지 마. 잘하고 와”, “끝나면 연락해. 맛있는 거 먹자”고 말했다. 자녀가 정문을 지나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서서 지켜보곤 눈을 감고 기도하기도 했다.

 

개포고 앞에서 만난 권윤정(51)씨는 “여태까지 온 것만 해도 너무 고맙고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며 “긴장하지 말고 늘 보던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심은 아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불고기, 겉절이를 넣었다는 권씨는 “김치는 꼭 넣어달라고 했다”며 “예민한 편이어서 주말마다 수능도시락 연습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순희(54)씨도 “애가 고기를 좋아하는데 속이 불편할 수 있어서 몇주 전부터 고기를 줄였다”며 “40을 공부했는데 60을 기대하면 안 된다. 아는 것만 하고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용산고 앞에서 만난 송모(48)씨도 “딸이 들어갈 땐 담담했는데 지금은 울컥한다”며 “출근 준비해야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힐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장모(52)씨는 “요행 바라지 말고 정직하게 시험 치고 나오면 된다. 주눅 들 필요 없다”며 “저녁에 아들이 먹고 싶은 메뉴로 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에서 배문고 1,2학년 학생들이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이규희 기자

수험생들은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종로구 경복고에 수능을 보러 온 송준민(18)군은 “수능 전엔 심란했는데 막상 오니 차분해졌다”며 “12년 동안 준비한 거 긴장하지 않고 다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모(18)군은 “점심에 속이 안 좋을까 봐 삼계탕 사 왔다”라면서 부모님에게 “19년 동안 뒷바라지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꼭 붙어서 좋은 결과 보여드릴게요”라고 전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입실 마감 시간에 가까워져서 헐레벌떡 들어가는 수험생들이 보였다. 오전 8시가 넘어 순찰차에서 내린 한 수험생은 용산고로 뛰어갔고, 오전 8시 개포고 앞에선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은 수험생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차를 몰고 온 수험생 아버지는 ‘갔다 오기엔 너무 늦는다’고 걱정했다. 집에서 개포고까지 20분가량 걸리는데 경찰은 이송지원을 할 수 있다고 알렸고, 신분증을 갖고 나온 어머니를 도곡지구대 순찰차가 태워 13분쯤 개포고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닫힌 문 사이로 수험생 신분증을 시험 관계자에게 건네줄 수 있었다.

14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에서 한 수험생이 경찰차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규희 기자

이번 수능에는 전년도보다 1만8082명 늘어난 52만2670명이 지원했다. 1교시 국어영역은 오전 8시40분에 시작했고,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오후 5시45분(일반 수험생 기준)에 끝난다.

 

이번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였다. 곽의영 시인의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에 나온다. 2024학년도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양광모 시인의 ‘가장 넓은 길’에서 인용한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였다.


글·사진=이정한·이규희·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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