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김에 혼인신고 후 이혼…"전처 아닌 '20년 사실혼 아내'에 재산줄래요"

술김에 혼인 신고한 여성과 이혼한 뒤 20년간 사실혼 관계로 지내온 아내에게 재산을 남기고 싶다는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사실혼 관계로 지낸 아내에게 유산 상속을 하고 싶다는 남성 A씨가 등장했다.

A씨는 젊은 시절 여자친구와 낮술을 마시다가 "사랑을 증명하자"며 덜컥 혼인신고를 했다. 그는 다음날 술이 깨자마자 구청에 달려갔지만 "혼인신고는 취소가 안 된다"며 거절당했다.

사진=뉴시스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된 A씨는 딸 하나를 낳고 잘살아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A씨와 아내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았다. A씨는 매일 술김에 한 혼인신고를 후회하다 결국 이혼을 결심했고, 아내는 딸을 데리고 해외로 떠났다.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일에 매진하던 A씨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 재혼했다. 두 사람 모두 각자 자녀가 있다 보니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혼인신고와 결혼식 대신 가족끼리 모여 식사하고 반지를 교환했다. 그렇게 함께 산 지 20년이 흘렀다.

A씨는 "결혼식 대신 조촐하게 가족끼리 모여 식사하고 반지를 교환했다"며 "그렇게 함께 산 지도 20년 가까이 됐다. 그런데 최근 저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신변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도 재산을 주고 싶다"며 "갑자기 제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제 명의로 된 재산을 아내가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전처와 그 딸이 제 재산을 상속받게 되면, 아내가 전처 자녀에게 소송을 걸 수도 있냐"고 물었다.

김소연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법적으로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 상속하는 것은 어렵다"며 "민법은 상속인에 배우자를 포함하지만, 이는 법률상 배우자를 뜻한다. 유언을 남겨 유언에 의한 재산 증여, 즉 유증을 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재산분할은 가능하다"며 "다만 생전에 사실혼 관계를 해소할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만, 사망으로 종료되면 인정되지 않는다. 재산분할을 하려면 미리 재산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으로 사실혼 관계가 종료됐다면 배우자는 A씨 딸과 재산분할 소송을 할 수 없다"며 "사실혼 해소를 하면서 재산분할 심판청구를 했다면 상속인이 소송을 이어받아서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 이혼과 마찬가지로 해소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