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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신’ 나달의 라스트 댄스 펼쳐진다…“이기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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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19 14:17:21 수정 : 2024-11-19 18: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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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테니스 팬들은 지난 20여년간 ‘페∙나∙조’라는 전례 없는 라이벌 구도를 즐겼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3∙스위스∙은퇴), ‘흙신’ 라파엘 나달(38∙스페인), ‘무결점 사나이’ 노박 조코비치(37∙세르비아)는 4대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나눠 가지며 남자 단식 왕좌에 오르기 위해 혈투를 펼쳐왔다. 이들 중 페더러는 지난 2022년 은퇴를 선언해 한 시대의 퇴장을 알렸다. 

 

사진=AP연합뉴스

‘전설’ 3인방 중 또 다른 슈퍼스타가 코트 위를 떠난다. ‘클레이(흙) 코트의 왕’, ‘흙신’, ‘황소’. 별명도 다양했던 나달이 고국에서 펼쳐지는 국가 대항전을 끝으로 은퇴한다. 

 

나달은 19일(한국시간)부터 스페인 말라가에서 펼쳐지는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 출전한다. 테니스 최고 권위의 국가대항전으로 꼽히는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서는 8개 나라가 경쟁하며 토너먼트 형식으로 우승팀을 정한다. 스페인은 20일 네덜란드와 8강전을 치르고, 승리할 경우 독일-캐나다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1986년생인 나달은 메이저 대회에서만 22차례 우승을 휩쓰는 대업을 달성한 레전드다. 24승을 쌓은 조코비치에 이어 다승 부문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페더러는 20승으로 3위다.

 

나달은 특히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에서 14차례나 우승해 ‘흙신’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 대회 통산 승률 97%(112승 4패)라는 역사를 썼다. 이 외에도 호주 오픈 2회, 윔블던 2회, US오픈에선 4회 우승컵을 들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단식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커리어 골든슬램’까지 일궜다.

 

이런 나달은 이번 대회가 ‘라스트 댄스’다. 고질적인 부상 탓에 선수 생활 내내 굴곡을 겪었던 나달은 38살로, 고령의 선수가 됐다. 단식 세계 랭킹도 154위까지 떨어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올해는 허벅지 부상 탓에 호주 오픈에 불참했고, 프랑스 오픈에선 1회전에서 탈락했다. 파리올림픽에선 2회전 탈락한 나달은 8월 말 열린 US오픈에도 불참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나달은 지난달 은퇴 선언을 공식화하면서 “항상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고 상상 이상으로 오랜 기간 많은 것을 성취한 지금이 커리어를 끝낼 적절한 시점인 듯하다”며 “프로선수로서 큰 기쁨을 안겨준 게 2004년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이기 때문에 마치 한 바퀴를 크게 돌아 제자리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나달은 2004년 세비아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 스페인 국가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처음 알렸다.

 

모든 시선이 이번 대회가 아닌 자신의 은퇴에 쏠리자 나달은 그저 승리를 향한 투지를 불살랐다. 그는 “여기에 은퇴하러 온 게 아니라 팀이 이기도록 돕기 위해 왔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을 돕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내 감정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나타날 것”이라며 “데이비스컵이 끝날 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겠다”고 덧붙였다.

 

사진=AP연합뉴스

스페인 영웅의 은퇴에 데이비스컵 파이널스가 열리는 말라가 현지 분위기도 뜨겁다. 말라가 마틴 카르페냐 아레나 외벽엔 “고마워요 라파(Gracias Rafa)”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나달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다만 기량이 하락한 나달의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스페인은 나달 외에 ‘초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3위), 페드로 마르티네스(41위),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46위), 마르셀 그라노예르스(복식 4위)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시합마다 단식 2경기, 복식 1경기로 치러지기 때문에 나달이 설 자리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나달이 데이비스컵에서 개인 통산 29승 1패를 기록했고, 유일한 패배도 2004년 데뷔전일 정도로 이 대회서 강한 모습을 보여 코트를 밟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나달은 “근 한 달 반 정도 이 대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이 대회가 끝나면 내 인생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내 은퇴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이번 주 경기를 즐기겠다”고 밝혔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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