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2024~2025시즌 첫 4경기를 ‘퐁당퐁당’하며 2승2패로 마쳤다. 이후 4경기를 모두 이겼다. 지난 6일 졸전 끝에 GS칼텍스를 3-2로 꺾은 것을 시작으로 9일 페퍼저축은행을 3-0, 14일 GS칼텍스를 3-1, 17일 페퍼저축은행을 3-0으로 누르고 4연승을 달린 것이다.
1라운드 막판부터 2라운드 초반에 걸친 IBK기업은행의 4연승을 두고 배구계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있었다. ‘‘약체’로 꼽힌 두 팀을 교대로 만나 거둔 4연승일 뿐’이라는 다소 폄하하는 시각도 있었고, ‘확실히 지난 시즌에 비해 달라진 힘이 느껴진다, 전력 보강의 티가 난다’며 흥국생명, 현대건설이 시즌 초반부터 구축한 2강 체제에 균열을 낼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2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라운드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은 IBK기업은행의 상승세가 진짜인지, 대진운 덕분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경기로 꼽혔다.
결과는? 풀 세트 접전 끝에 IBK기업은행의 3-2(21-25 27-25 25-13 15-25 15-13)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IBK기업은행은 현대건설의 7연승 행진을 끊어냄과 동시에 자신들의 연승 행진은 ‘5’로 늘렸다. 아울러 자신들의 연승 행진이 결코 대진운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물론 경기력은 그리 매끄럽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1세트만 해도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며 양효진에게만 3개의 블로킹을 헌납하는 등 6개나 공격이 가로막히며 무난하게 패했다.
2세트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세트 초반 12-5로 크게 앞서며 쉽게 세트 스코어 1-1 동점을 만드는 듯 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에게 야금야금 추격을 허용하더니 17-12에서 무려 5점을 연속 허용해 17-17 동점이 됐다. 압승으로 끝날 세트가 초접전 양상으로 변한 것이다. 분위기를 넘겨주는 듯 했지만, IBK기업은행을 구해낸 것은 빅토리아 댄착(우크라이나)였다. 25-25에서 정지윤의 등 뒤로 떨어지는 서브 득점을 성공시키며 세트 포인트를 따낸 빅토리아는 이어 백어택으로 2세트를 가져오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현대건설로선 다 따라잡은 세트를 다소 허무하게 내준 여파가 3세트에 미쳤고, IBK기업은행은 3세트를 25-13으로 압도하며 잡아냈다.
IBK기업은행이 진짜 강팀으로 변모했다면 4세트도 여세를 몰아 따내야했지만, 4세트는 3세트와 양상이 반대로 됐다. 리베로 김채원의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며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4세트를 15-25로 내주면서 승점 3을 따낼 기회를 잃었다.
예년의 IBK기업은행이었다면 4세트를 내준 여파가 5세트에도 그대로 이어졌겠지만, 확실히 달라졌다. 그 중심엔 빅토리아가 있었다. 빅토리아는 5세트에만 혼자 팀 득점의 절반이 넘는 8점을 몰아쳤다. 특히 12-12에서 경기를 끝내는 3점을 모두 책임져줬다.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는 접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안겨준다.
빅토리아는 IBK기업은행이 트라이아웃에서 4순위로 뽑은 선수다. 1순위 자비치(페퍼저축은행, 기량 미달로 퇴출), 2순위 부키리치(정관장), 3순위 니콜로바(도로공사)에 이어 네 번째로 이름이 호명됐다.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 그리 큰 기대를 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IBK기업은행의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가 되는 분위기다. 21일 기준 278점으로 득점 부문 부동의 1위다. 2위 모마(현대건설, 223점)과는 55점 차이가 나는 압도적 1위다. 이날도 IBK기업은행이 현대건설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은 현재 V리그 여자부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데다 지난 시즌 챔프전 MVP에 오른 모마를 상대로 빅토리아가 우세승을 거뒀기에 가능했다. 물론 모마는 이날 컨디션 난조로 코트와 웜업존을 오가긴 했지만. 빅토리아는 32점, 공격 성공률 45.31%로 26점, 36.07%에 그친 모마를 앞섰다.
빅토리아의 득점이 많은 게 단순히 많이 때려서만은 아니다. 순도도 높다. 시즌 공격 성공률은 43.01%로 김연경(흥국생명, 46.20%), 메가(정관장, 43.66%)에 이어 3위다. 다만 공격 성공 개수가 빅토리아(246개)가 김연경(140개), 메가(148개)에 비해 100개 가까이 더 많기에 적어도 공격에서만큼은 올 시즌 최고의 공헌도를 올리고 있는 선수는 빅토리아인 셈이다.
IBK기업은행에게 더욱 고무적인 요소는 아직 전력이 100%가 아니라는 점이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소영 언니’ 이소영이 주전 라인업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전력은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이소영 대신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육서영이 올 시즌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소영이 돌아온다고 해서 웜업존으로 밀리기엔 아까운 상황이다. 김호철 감독은 기존 황민경, 육서영에 이소영까지 아웃사이드 히터 3명을 상대팀의 성향과 상성에 따라 맞춤 기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과연 IBK기업은행의 시즌 초반 연승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IBK기업은행의 6연승 도전은 26일 김천 도로공사전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