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죽어도 끊을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동해로 통해 탈북한 20대 여성 A씨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국 드라마 시청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의 큰 죄가 되는 북한이지만 “힘겨운 생활을 참고 견딜 수 있는 원천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는 도쿄에서 지난 26∼27일 북한 인권을 주제로 열린 영화상영, 강연회 참석차 처음 일본을 방문했다.
A씨는 당간부 등 특권층만 살 수 있는 평양에서 나고 자랐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 평양체육대에서 탁구선수로도 활동했다. 그런 그에게도 북한은 사람 살 만한 곳이 아니었다. A씨는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회”라고 규정했다. 대학에서도 교수에게 뇌물을 건네면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에 빠지기 시작한 건 14살 때부터 였다. ‘겨울연가’, ‘상속자들’, ‘이태원 클라쓰’ 등 좋아했던 드라마를 꼽자면 끝이 없다. 특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좋아해 탈북을 하던 전날 밤에도 봤다.
한국 문화의 침투를 단속하는 북한 당국의 태도는 삼엄했다. A씨는 “길거리를 걷다가 경찰이 불러세우고는 휴대전화를 검사한다. 문자 메시지에 ‘오빠’라는 한국식 단어를 사용했는지를 조사했다”고 전했다.
자신과 비슷한 젊은 세대의 꿈은 “자신의 행복”이라며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 처형을 시키는 김정은에게 충성심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당국에 맹종하지 않는 것이 우리 세대의 특징이다. 북한 사회의 변화는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A씨는 “북한에서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하지만 한국인이 우리(북한 사람)를 같은 민족으로 보고 도와주려는 것, 한국에 가면 시민권을 준다는 것까지는 모른다. 그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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