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많을수록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
치매 발생 최대 20년 전부터 연관성
복부 지방이 많은 중년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엇보다 뱃살이 많으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최대 2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말린크로트 방사선학연구소 연구진은 2일(현지시각) ‘2024 북미영상의학회(RSNA)’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인 비정상적인 뇌 단백질과 체지방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치매 환자 5500만명 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만들어져 침착되면서 뇌세포 손상 등에 기여해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49.4세인 40~50대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 체지방 분포, 신진대사 등 생활습관을 바꾸면 개선 가능한 부분과 알츠하이머병 병리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뇌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신체 자기공명영상(MRI), 포도당·인슐린 등 대사 평가, 지질 검사 등을 받았다. 복부 MRI 스캔을 통해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의 양도 측정했다.
연구 결과, 내장 지방 수치가 높은 사람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만 여부를 평가하는 수단인 BMI 수치가 늘어날수록 아밀로이드 축적도 증가했다. 연구팀은 BMI와 아밀로이드 상관성의 77%가 내장 지방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사이러스 라지(Cyrus Raji) 방사선과 교수는 “비만 중년들에서 뇌 혈류량이 줄고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 일부에서 뇌가 위축되거나 회백질이 줄어드는 것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뇌 회백질은 뇌의 가장 바깥쪽 층을 구성하는 주름진 부분으로,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다. 회백질의 감소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화 질환의 초기 신호로 간주된다.
의학계는 이번 연구가 내장 지방 또는 숨겨진 지방이 통상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쌓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뱃살이 많으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최대 2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학계는 뱃살을 줄이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플로리다 신경퇴행성질환연구소의 연구 책임자인 리처드 아이작슨(Richard Isaacson) 신경과 교수는 “통상 70~80대에 인지 기능 저하 진단이 내려지는데 그보다 수십 년 전에 뱃살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상관관계를 처음 발견했다”며 “뱃살을 줄이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가장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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