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3일 ‘동물법 콘퍼런스’가 열렸다. 법조 실무가를 대상으로 하여, 동물권 관련 법적 이슈들을 다룬 국내 첫 콘퍼런스였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제주남방큰돌고래의 고유한 권리를 법으로 정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또 미디어에 출연하는 동물을 보호할 방안에 대하여 발표가 이뤄졌다. ‘애니멀 호딩’ 수준의 사설 동물보호소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실제 진행되었던 법적 조치에 대해서도, 길고양이 급식소 철거명령을 다투는 소송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이번 콘퍼런스는 필자가 소속된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에서 주최한 것인데, 그 동기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5월 필자를 포함한 PNR 변호사 3명은 홍콩에서 열린 국제 동물법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책 ‘동물들의 소송’을 쓴 스위스의 동물권 변호사 앙투안 괴첼, 미국의 동물권 변호사단체를 이끌던 스티븐 와이즈 등 각국의 동물법 전문가들이 모인 그곳에서 놀라움 반 부러움 반으로 그들의 활동과 조언을 들었다. 아직은 뒤처져 있는 국내 동물권, 동물법 현실을 변화시켜 볼 원동력을 얻고 국내에도 이러한 교류와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90명 가까운 변호사가 참석 신청을 했다. 참석한 변호사들 대부분은 현재 관련 활동이나 사건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평소 동물권에 관심 있었다고 한다. 발표를 들은 후, 유사 사건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조금 감이 잡힌다고 말한 분도 있다. 특히 이번에는 콘퍼런스 공간에, 멸종위기의 개구리, 고라니, 살처분된 동물들, 유기견, 방송 촬영에 동원되다 사망한 퇴역마(까미)를 담은 여러 작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서 자리가 더욱 뜻깊어졌다.
이처럼 많은 이가 동물권에 관심 갖고 동물을 위한 마음으로 모여 서로의 경험과 역량을 나누는 자리가 늘어난다면, 동물들을 둘러싼 현실도 관련 법률도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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