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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불발’에 여의도 집회선 탄식… 與 향해 “명백한 내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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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07 23:17:16 수정 : 2024-12-08 14: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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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9시30분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 현장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역시나” “결국”이라며 실망을 토로했다. 눈물을 보이는 몇몇 시민들도 있었다. 집회 장소를 채우던 댄스곡은 어느새 슬픈 곡조의 발라드 노래로 바뀌었다. 대다수 시민은 빠르게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었지만, 국회 정문 앞에 모인 채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날 오후 6시20분쯤 시작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 참여해 정족수 미달로 성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국민촛불대행진'이 마무리 된 뒤 일부 시민이 남아 국회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들은 여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윤 대통령 탄핵이 불발된 데 대해서 분노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박모(40)씨는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국회를 무력화하려던 대통령을 지키는 게 여당에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김희원(33)씨는 “국민의힘이 명백한 내란 사태를 외면하고, 국민이 부여한 투표권을 가벼이 여기는 모습에 깊은 실망을 느낀다”고 밝혔다. 직장인 임현정(32)씨는 “윤석열 리스크가 미칠 경제적 악영향은 안중에도 없고 정당 잇속만 차리는 게 당론이라니 우리 정치의 수준이 창피하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0만2000명(최대 15만9000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주최 측 추산은 100만명이 집결했다. 서울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지는 등 추운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목도리와 모자로 무장한 채 국회의사당 앞부터 여의도공원까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인파가 몰리면서 한때 서울지하철 여의도역과 국회의사당역은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인근에 있는 9호선 노량진역에서는 국회의사당으로 가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개찰구 밖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8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에 집회 장소로 향하는 인파가 몰리자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촛불 사진을 켜고 흔들고 있다. 독자 제공 

이날 여의도 앞은 집회가 시작된 오후 3시를 훌쩍 넘겨서도 남녀노소 시민 참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몇 주간 숭례문 앞에서 이어졌던 민주당 장외집회 및 야권 시민단체들이 연 정권 퇴진 집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8세 아들, 남편과 함께 온 서울 마포구 주민 박정아(38)씨는 “평소 정치와 거리를 뒀지만, 정치 때문에 일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느껴서 왔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선 집회에서 볼 수 있는 정당 깃발을 패러디한 깃발을 들고 참가한 10·20대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A(23)씨는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정치인들이 우리가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라며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참가자도 모으고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출할 줄 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고등학교 3학년 김모(19)양은 “집회 참가는 인생 처음”이라면서 “오타쿠(만화·게임 등 서브 컬처 마니아)’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면 정말 큰일이 난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일반적인 촛불이 아닌 게임 ‘마인크래프트’ 내 촛불 아이템을 본뜬 전등을 가지고 집회에 참여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보면서 5·18 민주화운동 직전인 1979년 당시의 계엄 사태를 떠올렸다”며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들고 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집회 참가자가 인근 식당과 카페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미리 선결제했다는 인증 글이 다수 올라왔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퇴장 속에 의결 정족수 195명으로 미달, 투표 불성립으로 인해 폐기된 뒤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뉴스1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부결된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자, 시민들은 이들 의원이 국회를 떠날 수 없도록 국회의사당 담벼락을 둘러싸 포위하기도 했다. 담벼락에 기대 시험공부를 하던 대학생 장은아(25)씨는 “탄핵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집회에 참여했다”며 “다음주 월요일이 시험이라 공부를 많이 못 해서 불안하지만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꼭 탄핵안이 가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11일 탄핵소추안 재발의를 예고한 가운데, 상당수 시민은 “다음 집회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직장인 이지선(33)씨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좌절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의왕에서 온 박민정(42)씨는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났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너무 화가 나고 배신감이 든다. 투표로 부결이 났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며 “다시 탄핵안이 발의되면 또 거리로 나오겠다”고 말했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김건희 여사 특별법' 부결 소식과 '윤석역 대통령 탄핵안' 부결 전망에 기뻐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한편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맞불 집회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들은 국회 표결 무산 소식에 환호했다. 이들은 “윤석열 만세”, “자유국가 만세“ 등을 외치는가 하면 표결에 참여한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향해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세종대로 일대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만8000명(최대 2만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1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윤솔·이정한·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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