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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휴대폰 개통… 울산 산골마을의 ‘영웅’

입력 : 2024-12-09 20:55:04 수정 : 2024-12-09 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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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군부대 중계기 철수 후 먹통
북구 윤예준 주무관, 설치 앞장
區 ‘적극행정 최우수사례’ 선정

울산의 한 산골마을에서 주민들이 2년 만에 다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울산 북구에 따르면 산골마을은 마골산 기슭 심청골이다. 60대 이상의 주민 20여가구가 밭농사 등을 지으며 산다. 심청골 주민들 휴대전화는 2022년 9월부터 먹통이 됐다. 이전엔 마을 인근 공군부대가 쓰는 통신중계기를 통해 휴대전화 등을 사용했지만, 군 부대가 경남 사천으로 옮겨가면서 통신중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후부터 주민들은 전화를 걸 수도, 받을 수도 없었다. 노인들이 많은 만큼 언제든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심청골엔 전기 인프라도 돼 있지 않아 일반 전화기조차 없다. 이 때문에 심청골에선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구급차를 제때 부르지 못해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주민들이 구입한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울산 북구 심청골 마을 인근에 설치된 이동통신중계기의 모습. 울산 북구 제공

심청골에서 다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올해 10월부터다. 마을에서 3㎞쯤 떨어진 곳에 이동통신 중계기를 새로 설치하면서다. 중계기 문제를 해결한 건 울산 북구 미디어정보과 윤예준(34·사진) 주무관이다. 그는 민원 접수 후 10여 차례 마을을 찾은 뒤 드론을 이용한 전파 측정 테스트로 중계기 설치에 적합한 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그곳은 국방시설본부 소유 부지로 개발제한구역이었다. 2억3000만원의 중계기 설치비용도 문제였다. 윤 주무관은 국방부에 중계기 설치를 허가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여러 차례 찾아가 양해를 구했다. 이동통신 3사도 설득했다. 재난이나 사고 시 주민 안전이 우려되는 점, 마을 인근 등산로 이용객이 연간 1500명이 넘는 점 등을 내세워 설득했다.

 

윤 주무관은 결국 국방부의 국유재산 사용 승인을 얻었고, 이동통신 3사의 중계기 투자도 이끌어냈다. 윤 주무관은 이날 통화에서 “휴대전화 불통이 주민 안전에 직결된 일인 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겸손해했다.

 

북구는 윤 주무관의 휴대전화 음영지역 해소를 하반기 적극행정 최우수사례로 선정하고, 포상으로 인사 특전을 주기로 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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