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방위사업청의 자산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결과 보고서 원본을 허가 없이 보관했을뿐 아니라 KDDX 기본설계에 인용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국군방첩사령부는 이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11일 방위사업청이 국회에 제출한 ‘KDDX 개념설계 결과보고서’ 관련 추가 자료에 따르면 방사청은 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KDDX 기본설계 제안서’에서 자사가 수행한 개념설계 보고서를 방사청 허가 없이 활용한 정황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대우조선해양은 기본설계 제안서(생존성 분야) 일부가 개념설계 보고서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기본설계 제안서에는 개념설계 보고서에 들어 있는 도표 등이 그대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방사청이 2020년 12월 KDDX 기본설계업체로 계약하기에 앞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경쟁업체에 대한 비교분석을 실시하는 과정에 드러났다.
방사청 관계자에 따르면 개념설계를 기본설계에 인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을 가진 방사청의 허가를 구해야만 한다. 하지만 기술의 비밀 수준이 낮고, 한화오션이 당시 기본설계업체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이를 확인했음에도 제재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KDDX 개념설계 용역 종료(2013년 10월) 10년 뒤인 지난해에 한화오션이 방사청에 KDDX 개념설계 결과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방사청은 보고서에서 계약서상 용역 종료 뒤 보고서 5부와 CD 3부를 한화오션으로부터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제출한 보고서 외에 보고서 1부를 더 만들어 보관했고 방사청은 이를 승인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이와 관련해 “예고문 도래 시 보안관련 규정에 따라 이관 대기 조치했으며, 비밀기록물 이관을 위한 작업 중 해당 내용을 인지해 국군방첩사령부로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과거 및 현재에도 군사기밀보호법 지침과 훈령에 원본을 보관하는 것이 위반이라는 근거가 없다. 당시 계약서 상에도 원본을 제출하라는 규정이 없다”며 “방사청 사본 제출 당시의 수령확인증과 제출 공문에도 당시의 원본 보관 및 사본의 폐기 연한이 정확히 기재됐다. 불법 보관 의혹 제기는 실제 사실과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국방부 훈령 제 2742호) 비밀보호 특약 제14조 (비밀의 반납)는 ‘을(대우조선해양)은 갑(방사청)과의 계약 종료와 동시에 1주일 이내에 장비와 연구개발 또는 제조 기간에 생산되었거나 복제, 복사한 비밀 등(원고의 경우 초고를 포함) 일체의 비밀을 갑에게 반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계약특수조건의 권리귀속 항목은 계약종료 후 모든 자료를 제출하고 업체에서 제반 자료를 소유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방사청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은 “비밀보호특약은 훈령 본문이 아닌 별도로 정리된 양식으로, 한화오션은 방사청과 ‘비밀보호특약’ 을 체결한 적이 없기에 이 조항을 근거로 KDDX 개념설계 관련 자료를 반납했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2012~2015년 현대중공업의 한화오션 KDDX 관련 군사기밀 탈취 사건 이후, 방위사업청은 2020년 현대중공업이 제출한 KDDX 기본설계 제안서와 한화오션의 제안서를 방사청 보안검증위원회에서 3차례 검증했으나 최종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렸다”며 “한화오션이 KDDX 개념설계 내용을 사전 승인없이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정이 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방첩사의 조사가 한화오션의 법 위반으로 결론 날 경우 이번 한화오션은 KDDX 사업 입찰을 포함한 향후 국가사업 입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앞서 개념설계를 촬영해 사내 보관하다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22년 11월 유죄 판결은 받았고, HD현대중공업은 보안점수가 1.8점 깎이며 3600t급 신형 호위함 5·6번함 사업을 한화오션에 넘겨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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