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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AI發 훈풍 불지만… 韓 반도체 ‘사면초가’ 빠질 위기

입력 : 2024-12-17 06:00:00 수정 : 2024-12-16 21: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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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변수에 안심 못할 환경

2025년 반도체 시장 11.2% 성장 전망
HBM·HPC 수요 지속 증가 ‘희소식’

트럼프 美 우선주의에 불안 증폭
中에 HBM·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싱가포르·대만 등과는 경쟁 격화
1400원대 올라선 고환율은 부담
탄핵 심판 국내 정치상황도 악재

내년에도 인공지능(AI)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AI 시대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희소식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에 따른 규제 강화, 중국·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쟁 심화 등 수출 환경은 악화하는 양상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대응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는 6268억6900만달러(약 901조원)로 전년 대비 19% 증가하고, 내년에는 6971억8400만달러(약 1002조원)로 11.2%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AI 등 첨단 산업 핵심 부품인 HBM과 로직(디지털 회로) 반도체가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내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휴대전화 등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주요 산업 부문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 성장률은 각각 24%, 13%로 추산했다.

 

내년도 반도체 시장에 대해 삼정KPMG는 이날 ‘2025년 국내 주요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고성능 반도체 중심으로 집적회로(IC) 제품군 위주의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AI 시대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반도체 처리 역량 및 전력 효율 강화, 발열 관리 등 기술력 확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HBM 수요 지속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환경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각각 HBM3E 16단, HBM4를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내년 HBM3E와 HBM4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당장 계엄·탄핵 정국으로 1400원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은 기업들에 부담이다.

내년 들어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견제는 불안을 증폭하는 요인이다. 이미 조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을 비롯한 ‘무기 금수국’에 내년부터 HBM과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HBM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지원을 우선하고 관세 장벽을 높인다면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우려가 작지 않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주요국의 대(對)한국 수출경합도 지수를 분석한 결과 대만, 싱가포르 등의 수출경합도가 상승했다. 대만의 경우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 덕에 수출경합도(32.5)가 4년 전보다 7.6포인트 상승했다. IDC는 내년 TSMC 파운드리 점유율이 올해 64%, 2025년 66%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싱가포르는 미·중 갈등 속에 새로운 반도체 제조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구형 D램과 저사양 파운드리 등 레거시 분야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는 상황이다.

업계는 국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국내 반도체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대응과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AI발 반도체 훈풍이 분다지만 자칫 ‘남의 잔치’가 될 수 있다”며 “차질이 없도록 반도체특별법 통과 등 필요한 조치는 취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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