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한부모 가정 도와주세요…” 읍사무소 찾은 부자 성금 30만원 기탁

“저희 같은 한부모 가정에 전해주세요.”

이달 17일 오후 전북 임실군 임실읍사무소를 아버지와 함께 찾은 한 초등학생은 직원에게 이같이 말한 뒤 성탄카드와 봉투 하나를 민원창구에 놓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17일 오후 전북 임실군 임실읍사무소를 아빠와 함께 찾은 한 초등학생이 창구에 놓고 간 성탄카드와 성금. 임실군 제공

18일 임실군에 따르면 부자가 건넨 성탄카드와 봉투에는 초등학생 아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메리크리스마스, 친구야’, ‘한부모 가정의 어린 자녀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해주세요’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다른 봉투에는 5만원권 지폐 6장이 들어 있었다.

이 성금은 초등학교 2∼3학년쯤 되는 아들이 평소 중년 아빠로부터 받은 용돈을 쓰지 않고 꼬박꼬박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선뜻 내놓은 이유는 성탄절을 앞두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한부모 가정에 선물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읍사무소 직원들은 내부 폐쇄회로(CC)TV를 통해 부자의 신원을 확인해 볼지 고민했지만, 익명을 요구한 이들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최병관 임실읍장은 “꼬마 천사의 예쁜 마음이 이웃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관내 한부모 가정에 지정 기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실=김동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