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수능을 시작으로 2024년 수능까지 벌써 수능이 30회에 걸쳐 실시되어 왔다. 수능 30년. 이 시점에서 우리의 교육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 것인지 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조언하고자 한다.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나요?’는 상담 시 제일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공부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며, 만약 비법이 있다면 공부를 하기 싫어 힘들어 하는 아이나, 그런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TV나 핸드폰을 보듯이 공부도 집안에서부터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밥을 먹으면서 책을 보고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보고 화장실에서도 책을 보는, 책의 문화를 가정에서부터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공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공부의 개념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도 함께 책을 보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으며, 주말이나 공휴일에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공부도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한테 부족한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학원을 찾는다. 또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질까봐, 불안한 마음에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을 찾고 학교 시험에서 성적이 조금이나마 떨어지면 해당 과목의 새로운 학원을 찾아 나선다. 부모님의 불안감이 학원을 찾는 계기가 되고 좋은 학원을 보내주는 게 아이를 위한 부모의 최대 임무가 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약 19조, 2021년 약 23조, 2022년 약26조, 2023년 약 27조 매년 천문학적인 돈이 사교육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많은 아이의 성적이 향상되지 않는 것 또한 큰 문제이다. 사교육비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학은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 입학할 시기가 되면 절반 정도의 학생들은 소위 ‘수포자’가 되는 게 현실이다.
교육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라고 하여 거창한 것이 아닌, 내가 결정한 생각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힘이 철학이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한다는 식의 공부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듯이 가야 할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자신의 길을 꾸준하게 가야한다.
청소년 시기는 인생의 답을 결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색하는 시기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직업과 직장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학부모와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함께 해야 한다. 학생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 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통 교육의 목표는 대입이다. 그러나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3학년도 N수생 비율은 약 26%이다. 4명 중 1명은 재수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공부는 많이 하는데 전략이 없다. 대입 전략은 내가 가고자 하는 대학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나는 그 요구사항에 강점을 갖는지 약점을 갖는지를 알면 합당한 전략이 나온다.
요즘 대입 전형은 다양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학의 전형을 잘 살펴봐야 하며, 대학이 원하는 만큼 착실하게 준비하면 된다. 부족한 점을 채워줄 학원이 필요하다면 그때 학원이 필요하며, 이것이 ‘자기주도학습’이다. 자기주도학습에는 전략이 있고 성적 향상의 길이 있다.
유행처럼 남들 다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이 아닌, 공부하고 책을 읽는 가정 문화 속에서 우리 아이의 삶과 교육의 철학을 함께 고민하고 입시에 대한 전략을 모색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글: 국어의아침 최원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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