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주공항에서 516도로를 타고 차로 약 1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삼다수 공장. ‘미슐랭 물맛’으로 불리는 제주삼다수 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정문에서 직원 안내를 받아 제주삼다수 취수원으로 향했다. 자동차로 약 3분 정도 2차선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다 좁은 비포장 도로에 진입했다. 이른바 ‘삼다수 숲길’. 삼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찬 숲길에 들어서니 금새 어두워진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로 비좁은 산길은 시속 10키로 서행에도 차량이 좌우로 흔들릴 정도로 울퉁불퉁 했다. 약 2분 정도 달렸을까, 갑자기 차가 멈춰섰다. 고라니 한 마리가 도로를 껑충거리며 지나간 것이다. 다시 3분 가량을 더 들어가니 이번에는 철조문이 앞길을 막았다. 외부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차단물이다. 직원이 철조문을 연 뒤 다시 5분을 숲속으로 들어가니 두 번째 철조문이 나왔다. 철조문 사이로는 취수공 4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제주삼다수 제3 취수원이다. 자동차에서 내리니 따듯한 햇빛과 신선한 공기가 머리를 맑게 했다. 제주삼다수 제3 취수원은 450평 규모로 해발 450m에 위치해 있다. 외부의 출입을 막기 위해 취수원 주변에는 철조망이 겹겹으로 쳐져 있었다.
제주개발공사는 제3취수원을 포함한 취수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축구장 100개 크기(약 71만6600m²)에 달하는 땅을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 제주삼다수의 변함없는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취수원 주변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면서 수질을 관리하는 건 제주삼다수만의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생수 산업은 수원지 인근 5km 반경까지만 관리한다.
제주개발공사는 2024년 9월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을 새롭게 준공했다. 이는 기존의 1취수원과 2취수원에 추가로 마련된 것으로, 최신 공법과 설비를 도입해 제주삼다수의 품질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제3취수원은 7~10 취수정으로 구성된 총 4개의 취수공과 8개의 감시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취수공은 지하 420m에서 원수를 끌어올리면 감시정은 취수로 인한 수위 변화와 지하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제주개발공사 강성철 홍보팀장은 “제주삼다수의 새로운 취수원은 2024년 준공 이후 약 2년간의 수질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며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2026년부터 제3취수원에서 취수된 제주삼다수를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 설비 갖춘 ‘L5 스마트팩토리’
제3취수원에서 10여 분간 다시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제주시 조천읍 제주삼다수 공장(L5 스마트팩토리). 제주삼다수가 1998년 출시 이후 26년 동안 먹는 샘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해 온 삼다수의 심장과 같다. 이곳에서 취수부터 포장, 출고까지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스마트팩토리 공장에 들어서자 건물 3층 높이, 600t 규모 원수(原水) 저장 탱크가 기자를 맞았다.
제주삼다수 1취수원과 2취수원에서 추출한 원수는 배관을 타고 스마트팩토리 공장 외부 6개 취수정에 모인다. 취수정에서 필터를 통해 1차 여과를 거친 600t의 원수는 1차로 외부 탱크에 저장된다.
원수 공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외부 탱크에 저장됐던 원수는 배관을 타고 카트리지필터를 통해 2·3·4차 여과되고, 자회선 살균 공정을 지난 뒤 2차 저장된다. 이후에도 △5차 여과 △자외선 살균 △6차 여과 등을 거쳐야 공병에 담길 제품수가 된다.
2018년 출시 20주년을 맞아 가동을 시작한 스마트팩토리는 초당 21병, 1시간 7만6000병(500㎖)의 삼다수를 생산한다.
‘자연의 물맛’을 그대로 간직한 제주삼다수는 단일 수원지에서 취수한 청정 지하수를 정수처리부터 병 제조, 제품수 충전, 생산 과정까지 총 4가지 공정을 거쳐 완성한다.
‘건강의 물’의 유통을 위한 안전과 품질관리도 엄격하다.
제주삼다수 공장은 제품의 안전과 품질관리를 위해 삼다수 페트병과 병뚜껑(캡 뚜껑)을 직접 제조한다. 열과 압력을 가한 프리폼은 블로잉이라는 작업을 통해 지금의 삼다수의 시그니처 사각 디자인인 제품수병이 된다. 제품수병은 이물질 검사를 거쳐 세척을 깨끗이 완료한 후 ‘제품수 충진기’에서 제품수를 담고 병뚜껑을 밀봉해 삼다수 제품 생산공정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완성된 병입수(제품수가 담긴 페트병)는 이물질 검사, 병뚜껑 밀봉 상태, 제품수의 정량 확인을 통해 통과한 제품에 한해 ‘제주삼다수’로 출고된다.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 제주삼다수가 되기까지
제주삼다수는 한라산 단일 수원지에서 생산된 국내 유일의 화산암반수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 1450m 지역에서 내린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어 생성된 지하수로, 화산암반층 사이를 흐르며 불순물이 걸러지고 칼슘, 마그네슘, 실리카, 바나듐 등 천연 미네랄이 함유돼 제주삼다수만의 깔끔한 맛과 청정함을 완성한다. 제주에는 연간 약 40억4600만t의 비가 내린다. 이 중 땅속으로 침투해 지하수가 되는 양은 43.5%, 약 17억5800만t이다. 빗물은 현무암과 천연 필터 역할을 하는 화산송이층을 지나며 자체 정화된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는 이 중 0.09%로, 연간 약 100만t이다.
먹는물연구소 신문주 박사는 “제주도는 용암층과 퇴적층이 겹겹이 쌓인 지층구조를 이루고 있어 섬 전체가 지하로 침투한 빗물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천연정수기’의 역할을 한다”며 “제주삼다수는 대표적인 ‘연수’로 균형 잡힌 미네랄 조합 덕분에 깔끔하고 맑은 맛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제주삼다수는 국내 유일하게 '2024 국제식음료품평회(ITI)'에서 7년 연속 3스타 등급을 획득하며 ‘다이아몬드 테이스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물맛 평가에서 첫인상, 향, 목 넘김, 여운까지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품질을 입증 받은 것이다.
2025년부터는 제주삼다수의 청정 이미지가 한층 더 강해질 전망이다. 바로 삼다수의 ‘나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한라산 해발 1450m 지역에 내린 빗물이 화산암반층을 거쳐 지하 420m의 대수층까지 도달하는 데 18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2001년 제주도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다.
하지만 윤성택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라산 동쪽 지역의 빗물과 지하수를 채취해 물의 ‘지문’ 격인 동위원소 분석 등을 연구한 결과, 삼다수가 지하수로 도달하는 데 약 30년이 걸린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윤 교수는 지난 10월 개최된 ‘제14회 제주물 세계포럼’에서 해당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제주삼다수가 더 오랜 시간 자연 속에서 정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의미하며, 물의 청정함과 품질을 더욱 강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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