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여행업자·병원장 등 기소
무사증 입국으로 유커 급증 영향
과잉진료·탈세·의료 교란 우려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에서 불법 외국인 환자 유치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6년 관련 법 시행 이후 제주에서 처음 중국인 무등록 여행업자와 공모해 불법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의료기관 원장이 적발됐다.
제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남대주)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지원에 관한 법률’(의료해외진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제주지역 한 의원 대표원장 A(48)씨와 경영이사 B(5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또 공범인 중국인 무등록 여행업자 C(42)씨를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 원장과 B 이사는 2023년 8월30일부터 2024년 9월20일까지 중국인 C(42)씨·D(42)씨와 공모해 진료비의 10∼15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대가로 외국인 환자를 불법으로 소개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C·D씨가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이들로부터 외국인 환자 17명을 소개받고 총 1억180만원의 진료비를 챙긴 뒤 수수료 125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A·B·C씨는 불구속 기소됐으나 중국인 D씨는 수사과정에서 중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됐다.
A 원장과 B 이사가 있는 의료기관이 이번 사건을 포함해 최근 2년간 무등록 유치업자를 통해 수납한 외국인 환자 진료비는 6억6000만원에 달한다. 정식 유치 사업자를 통해 수납한 금액(1억1500만원)의 6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자로 등록을 하지 않고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검찰은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중국인 무등록 관광업자들이 도내 피부과·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를 불법 유치하는 행위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현금 수납 유도를 통한 탈세, 과잉진료, 의료질서 훼손과 같은 부작용은 물론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외국인 환자가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불법 행위가 제주도가 추진하는 의료관광 활성화 사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환자는 2019년 49만7464명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1만7069명으로 줄었다가 엔데믹이 된 2023년 60만5768명으로 급증했다.
검찰 관계자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 환자들이 안전하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무등록 유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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